②에 이어서…

“안은영의 성장드라마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것이 캐치될 때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을까 싶었다. 자기의 능력과 운명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스스로 운명을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는 성장 드라마가 지금 우리들에게 링크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괴리가 크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는 움직임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것들이 전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설 속의 에피소드들을 구조적으로 엮어봤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보건교사 안은영’을 이경미 감독은 “명랑 판타지 오컬트 성장 드라마”라고 말했다. 여러 장르가 혼재되어 있지만 이것 역시 이경미 감독이 ‘작심하고' 만들어낸 판타지였다.

“조금 낯선 구조일 수도 있겠지만 뻔뻔한 만화처럼 가보자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것은 판타지이고, 만화적인 요소들이 소설에서부터 있었으니까 원작을 등에 업고 튀어보자 싶었다. 원작의 에피소드를 안은영의 성장드라마로 다시 묶으면서 기존의 드라마처럼 과정이나 캐릭터를 설명하고 친절하게 전달하기보다 게임처럼 한 레벨을 클리어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듯이 해보자 싶었다”

각색에서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의 손에 오롯이 작품이 맡겨지는 것과 달리 ‘보건교사 안은영’은 정세랑 작가도 함께 작업에 참여했다. 함께 집필하는 과정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분명 풍부한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작가님이 4부까지 쓰신 각본과 원작을 받았다. 각본을 읽고 소설을 읽으면서 살리고 싶은 부분을 생각한 뒤에  제안했다.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소설을 안은영의 성장 드라마로 구조를 재배치하는 것이라던지, 내가 소설을 읽으면서 명랑함 속에 죽음과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의견을 넣고 싶었다. 제안을 드렸고, 그것에 대해서 좋다는 제작자와 작가님의 동의를 얻었다. 그 과정에서 작가님께서 다행히도 많이 열어주셨다. 작가님이 ‘최소한 이것만은 안되겠다'하는 것들을 주시면 어려운 일이 아니였기 때문에 반응을 하면서 완성했다. 안은영이 학생들을 함부로 만지지 않아쓰면 좋겠다고 하셨다. 저는 생각도 못한 부분이라 아직도 기억이 난다. 목이 긴 여자 크리처를 썼는데 왜색이 짙어보인다고 하셔서 삭제하기도 했다. 최소한의 것들을 주셨다”

학교라는 배경 특성상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풍부한 이야기가 있지만 이경미 감독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에피소드는 무엇이었을까. 조금은 드라이하게 느껴지는 초반과 달리 후반부에 안은영과 주변인물들의 감정선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에피소드들이 있어 이런 부분이 더욱 궁금증을 자극했다.

“김강선(최준영), 옴잡이 백혜민(송희준), 정현이 에피소드가 다 소설에 있다. 옴니버스로 나눠져 있는걸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 하나로 묶었다. 그 에피소드에 특별히 애정이 많다. 은영이가 정말 가슴아픈 일을 겪으면서 본인의 바닥을 치게 된다. 과정은 가슴은 아프지만 살면서 바닥을 쳤을 때의 느낌을 은영이가 대신 살아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 고맙기도 했다. 만들면서는 걱정을 했다. 너무 어두워지지는 않을까, 사람들이 이 시리즈에 기대하는 것에 대해 배신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성장 드라마라는 줄기로 가져갈때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했다. 완화시키거나 숨기지 말고 끝까지 바닥을 쳐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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