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으로 투병하다 70세를 일기로 28일 별세한 조동진은 한국 포크계의 대부다. 

조동진은 영화감독 조긍하의 아들로, 본래 그의 꿈은 가수가 아닌 미술가나 영화감독이었다. 그러나 생계 유지를 위해 1966년 미8군 클럽 무대에 서며 음악인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조동진은 그룹사운드를 꾸려 미군 부대, 우미회관 무대 등에 섰다. 그는 록그룹 ‘쉐그린’과 ‘동방의 빛’의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로 활동했고, 1979년 ‘행복한 사람’이 담긴 1집 ‘조동진’을 발표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행복한 사람' 등을 발표하고도 TV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아 '얼굴 없는 가수', '언더그라운드 가수'로도 불렸다. 

조동진은 아름다운 가사를 쓰는 것으로 유명했는데, 대표곡 '제비꽃'과 '나뭇잎 사이로'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3집 '제비꽃')

"여름은 벌써 가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고 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나뭇잎 사이로 별이 별 하나, 그 별빛 아래로 너의 작은 꿈이…" (2집 '나뭇잎 사이로')

특히 당시 한국 음악이 저항성을 띠며 거칠었던 데 반해, 그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가사를 선보였다. 그의 가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밥 딜런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가사가 아름답다면, 전체적인 곡 분위기는 고요하고 몽환적이다. 그는 한대수, 김민기 등과 함께 포크의 인기를 이끌었다. 

조동진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레이블 '동아기획 사단'의 수장으로 있었다. 들국화, 시인과 촌장, 어떤날, 장필순 등 걸출한 가수들의 앨범이 동아기획을 통해 발표됐다. 이후 동생인 조동익을 비롯해 장필순, 박용진(더클래식) 등과 함께 하나음악을 꾸렸는데, 이는 지금의 푸른곰팡이의 전신이다.

조동진이 만든 곡은 다른 유명가수들도 여럿 불렀다. 훗날 '다시 부르는 노래'라고 제목이 바뀐 '마지막 노래'의 경우 서유석, 김세환, 현경과 영애, 이수만이 불렀고, 서유석은 '긴 다리 위에 석양이 걸릴 때'를, 김세환은 '그림자 따라'를, 윤형주는 '작은 불 밝히고'를, 송창식은 '바람 부는 길'을, 최헌과 투 코리언스(김도향, 손장철)는 '들리지 않네'를 불렀다. 

조동진은 1996년 5집 후, 20년 만인 지난해 11월에 새 앨범 '나무가 되어'를 발표했다. 또 2004년 단독공연 이후 무대에 서지 않다, 다음달 16일 열리는 푸른곰팡이 콘서트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별세 소식을 전하게 됐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나무가 되어' 가사는 다음과 같다. 

"(전략) 나무가 되어 나무가 되어 끝이 없는 그리움도 흙 속으로/나는 이제 따라갈 수 없으니 그대 홀로 떠나 갈 수 있기를/나는 비에 젖은 나무가 되어 예전처럼 외로움조차 없어…"

사진=푸른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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