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 응(31)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오는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으로 정기공연 데뷔전을 치른다. 모국인 홍콩과 한국을 오가며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음악가를 만났다.

윌슨 응은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말러 국제지휘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 화제를 뿌렸다. 프로페셔널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는 시점에 콩쿠르에 도전한 점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이어졌다.

“젊은 지휘자로서 커리어를 쌓아가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 도전하게 됐다. 말러를 두드린 계기도 끊임없이 세계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오케스트라, 심사위원들, 스트리밍하는 유저들이 나의 지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도전해서 끊임없이 보여주는 게 중요한 거 같다.”

콩쿠르건, 홍콩에서의 무대든, 서울시향 공연에서든 매번 배운다. 악평과 호평에 상관없이. 특히 이번 말러 콩쿠르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입국 과정이 간단치 않아 심신이 지친 가운데 임한 마지막 라운드에서 평소 실력만큼 해내지 못했음에도 “윌슨 지휘자가 지휘한 말러 4번이 가장 페이버릿한 작품이었다”는 심사위원들의 코멘트가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말러의 음악은 야심과 순수함 모든 것을 지녔다. 그의 교향곡에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야망이 깃들어 있다. 그걸 잘 표현하고 싶었다. 말러 음악은 폭이 넓은데다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강렬하게 건드리기 때문에 세계 도처에 말러리안과 말러 팬클럽이 존재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듯하다.”

오는 16일 공연 프로그램은 20세기 작곡가들의 곡들로 구성했다. 그는 “서울시향 정기공연 데뷔 무대에서 신선하고 역동적이며 젊고 성숙한 음악을 나누고 싶었다”며 “힘든 상황에서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신 청중들에게 이터니티(영속성)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더불어 “라이브로 콘서트를 진행하는 거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상황에서 치러지는 공연을 통한 청중의 경험을 가장 많이 고려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겪으면서 많은 이들의 삶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콘서트를 통해 관객이 많이 느끼고 경험하셨으면 해서 스토리텔링에 집중된 프로그램을 짰다. 코다이 ‘갈란타 무곡’도, 글로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도 인생의 여행을 강조했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번도 영화와 같이 스토리텔링이 강조된 프로그램이다.”

메인 프로그램은 쇼스타코비치가 19세 때 작곡한 교향곡 1번이다.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격정과 칠흑과 같은 어둠 속에 빠진 듯한 침잠의 극단적 대조가 여실히 드러난 곡이다. 윌슨 응은 “말러와 같은 심포니라고 표현하는데 사실은 바그너에 가깝다. 당시 쇼스타코비치가 흑백 무성영화에서 피아노 즉흥연주도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능숙한 상태에서 작곡해서인지 그런 감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라주노프 바이올린 협주곡은 한국계 비르투오소 에스더 유와 협연한다. “솔리스트와 협연할 때 의견을 듣고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음악이 언어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소통을 하게 되고요. 협연자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많이 기억나요. 별로 얘기하지 않은 채 ‘저스트 뮤직’으로 훌륭한 호흡을 나눴어요.”

1989년 홍콩에서 태어난 윌슨 응은 11살에 플루트 레슨을 시작, 파리와 로잔에서 수학했다. 리옹 국립오페라에서 플루트 객원 수석으로 활동했으며 이후 베를린 예술대학교와 스코틀랜드 왕립음악원에서 지휘를 공부했다. 2016년 아스펜 음악제에서 제임스 콜론 지휘자상, 2017년 제8회 게오르그 솔티 국제지휘콩쿠르 수상, 2018년 제4회 파리 스베틀라노프 국제지휘콩쿠르 우승을 차지했다.

2014년 직접 창단한 구스타브 말러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이며 홍콩에서 2018-2019시즌에 30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였다. 넘치는 아이디어와 음악적 기획력으로 바딤 레핀, 조슈아 벨과 함께 공연했고, 말러 교향곡 1번 음반을 발매했다. 예술과 문화부문에 대한 기여를 인정받아 2017년 홍콩 정부로부터 공로상을, 2018년 홍콩 예술발전협의회로부터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어린 시절 집에서 아버지가 CD(케니G)를 듣고 계셔서 어떤 악기냐고 물어봤더니 플루트라고 대답하셨다. 실수(?)로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름답고 위대한 실수였다. 그 이후 내 인생에 대단한 영향과 변화를 안겨줬다. 마침내 플루티스트가 돼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게 됐는데 평범한 연주자는 아니었다. 항상 총보를 들고 다니며 다른 파트는 어떻게 하면 더 예쁜 소리가 나올지 고민했다. 심포니 사운드를 평가하는 유일한 악기 연주자였다.(웃음) 관객과 오케스트라 음악을 항상 나누고 싶었으며 실험하고 보여주고 싶은 게 많았다. 그런 롤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이 지휘자였다.”

지난해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활동 중인 그는 “진취적인 걸 추구하는데 서울시향과 그런 걸 잘 도모하고 있다고 여겨 모든 게 다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세계 각국의 오케스트라에서 젊은 지휘자를 기용하고, 정기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매우 특별한 케이스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정명훈부터 지금의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까지 세계적인 연주를 보여줘온 서울시향에 몸담음으로써 인생에서 가장 큰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음과 음 사이, 악장과 악장 사이의 다리를 짓는 것처럼 단원들과 음악적으로 소통하고 최종적으로 관객에게 닿는 다리를 만들고 싶다.”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팬데믹 시대다. 위축되고 버거운 삶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오랜 역사를 품어온 클래식 음악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는 중이다.

“그냥 뮤직이 아니라 라이브 뮤직이다. 동일한 공간에 수천 관객이 모여 같은 음악을 듣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혼자(Alone)다. 각자 명상에 빠지면서 자신을 되돌아본다. 그 순간 삶이 위로받고 리플렉스된다고 여긴다. 대상에 집중해서 봐야하는 영화와 달리 음악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든다. 음악은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자 세계인들 삶의 거울이다. 그래서 음악이 삶이고 세계를 표현한다는 말이 존재하는 것일 테다.”

사진= 서울시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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