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이 소리도 없이 관객들을 찾아온다. 10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유아인은 말 한 마디 없이 극을 온전히 이끈다. ’#살아있다‘로 첫 장르물에 도전했던 그가 이번에도 또 다른 도전을 시도했다.

’소리도 없이‘는 유괴된 아이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올해 ‘#살아있다’에 이어 ‘소리도 없이’로 스크린에 재출격하는 유아인은 말없이 일하는 태인 역을 맡아 독특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는 범죄 조직 밑에서 일하지만 악의는 없는, 근면 성실한 생활인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흥미를 더한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 전형적인 다크함이 있었어요. 감독님을 만나고 나서 범상치 않은 작품이라고 느껴졌죠. 아주 진지한 이야기 같지만 영화적인 스타일엔 극한 지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상황과 톤의 묘한 대비를 통해 독특한 감각을 만들어내는 영화였죠. 시나리오보다 영화로 나온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솔직히 많은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제작 과정 속에서 많은 것들이 변하고 신인 감독이시다보니 외부 압력이 크게 다가올테고 감독님이 얼마나 자신의 의견들을 절충하게 될까 기대 혹은 우려가 있었죠. 노련하다는 말이 이상하겠지만 노련하게, 현명하게 잘 마무리 지으신 것 같아요”

“태인 하나를 봤을 때도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인물의 모습과 상당히 반대되는, 색다른 걸 갖추지 않았나 싶어요. 홍의정 감독님께서 영화 콘셉트 영상을 만들어두셨는데 지금 태인과는 다른 모습이었어요. 긴 머리에, 마른 몸에. 구체화하시는 데 있어서 의외성을 통해서 대비되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셨나 싶어요.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잘 수습하시면서 쉬운 일이 아니셨겠는데 영화를 잘 만들어가셨어요. 시나리오에서 태인은 거의 지문이나 이름밖에 없었죠.”

유아인은 자신이 맡은 태인 역이 말 한 마디 없어 오로지 창복 역의 유재명에게 사운드를 맡겨야 했다. 그는 유재명과 작업하며 신뢰를 느꼈고 신인감독이지만 자신의 역량을 뽐내는 홍의정 감독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홍의정 감독님과 처음 만났을 때 신뢰가 쌓였어요. 감독님은 다른 사람들처럼 저를 불편하게 대하는 게 없었어요. 아니 불편하면 불편하다고 정확히 표현하고 안 불편하면 안 불편하다는 확신을 주셨죠. ‘내가 찾던 친구가 이 사람이야’ 할 정도로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하고 대등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에 좋았어요.”

“유재명 선배님께 죄송스러운 생각이 많았어요. 태인이 하지 못하는 걸 창복이 해야하는 순간이 많았으니까요. 창복이 사운드도 다 채워주잖아요. 대사가 없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오히려 사운드를 혼자 다 채우는 게 어려운 일이죠. 선배님이 편하게 대해주셨고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함께 고민하면서 현장에 임할 수 있었어요. 사전에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은 애드리브 액션을 할 때도 계셨는데 그럴 때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첫 촬영 쯤이었나, 아기가 탄생했던 것 같은데 가족을 완벽하게 꾸린 그 안정감이 부러웠어요. 소위 꼰대라고 하는 것도 없으시고 정말 좋은 분이셨죠.”

이번 영화에서 유아인은 다양한 도전을 했다. 15kg 체중 증량을 해야 했고 말 한마디 없이 연기해야 했다. 유아인은 “대사가 없지만 오히려 과장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할 정도로 대사가 있고 없고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태인 하나만 깨끗하게 보고 놓기엔 이미지적으로 소비될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색다르게 보일지 고민했어요. 홍의정 감독님이 처음에 마르고 날 선 드라마틱한 몸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마음껏 찌워도 좋다고 하셔서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정말 많이 먹었어요. 하루 두끼 먹던 걸 네끼 먹었고요. 매일 야식 먹고 하루에 체중계에 네다섯 번 올라갔어요. 지금도 체중계에 올라가는 습관이 남았어요. 예전에는 몸을 던지는 게 짜릿했다면 30대가 되고 나이가 들면서 더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 같아요.”

“누구나 표현에 대한 의지가 사라질 때가 있고 상처, 트라우마를 통해 표현의 물꼬를 트는 게 어려울 수 있죠. 심각한 수준에서 표현의 의지를 상실했다고 생각하며 접근했어요. 감독님도 ‘말하기를 포기한 인물 아닐까요’ 정도로 말씀하시더라고요. 대사가 없다고 내면 연기가 강렬하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았어요. 쓰여있는 대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없어서 안 한 거니까요. 대사가 없지만 뭔가를 표현해야 할 때 내 몸이 어떻게 움직여질지 궁금증을 가지고 현장에 나갔을 때 나오는 새로운 나의 움직임이 반갑고 즐거웠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UAA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