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소리도 없이‘는 색다른 영화다. 기존의 범죄극을 뒤틀고 그 안에 코믹함과 아이러니함을 집어넣었다. 두 주인공이 범죄를 하는 데도 범죄처럼 보이지 않게 만드는 마법. 오히려 영화 속 주인공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다. 여기에 주인공인 유아인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신선한 포인트다.

“소리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워서 무언가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신선했고 신인 감독인 홍의정 감독님의 첫 장편영화라는 점에서 선언적이라고 느껴졌어요. 이 영화는 도발적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면 ’흥미로운 작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제가 과잉 해석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던 것 같아요. ’소리도 없이‘에서 소리도 없이 만들겠다는 그 의지. 그런 부분이 홍의정 감독님께서 느껴졌어요.”

“현장에서 말이 많이 필요한 현장은 아니었어요. 말이 많은 현장이었다면 싫었을 것 같은데.(웃음) 불신 같은 것 없이 존재할 수 있었던 현장이어서 감사히 임했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제가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그리고 이왕이면 말을 많이 안하고 싶고요. 다만 태인으로서 말하고 싶었던 순간이 두 번 있었어요. 초희(문승아)를 맡아야하는 순간과 초희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순간이었죠. 두 장면 모두 재미있는 연결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성가시던 일들이 이어졌을 때 그것에 의지하게 되는 태인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소리도 없이‘의 태인은 ’버닝‘의 종수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주변 환경이 ’버닝‘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있지만 태인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논길을 뛰어가는 종수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종수보다 태인이 더 무기력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언가를 찾고 구하려는 의지가 태인은 강렬하지 않은 것 같아요 좀 더 현실에 충실한 인물이라고 바라봤죠. 종수는 보는 것 이상으로 감상에 빠지죠. 태인은 그런 인물은 아니니까요.”

“태인 그리고 종수까지, 제가 세상의 중심에 있거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떳떳하게 연기하기에 어울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제가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백마탄 본부장님을 연기하는 것보다 마이너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어요. 마이너함의 경계를 나아가서, 그 경계를 박살 내고 싶은 의지도 있었죠. 누구나 존재하는 욕망과 결핍? 이왕이면 그런 걸 더 많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어요.”

유아인은 자신을 계속 채찍질하며 발전해나가고 있다. 올해 ’#살아있다‘와 ’소리도 없이‘로 첫 장르물 도전, 첫 무언의 연기를 했고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으로 또 한번 새로운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계속 변신하고 있지만 변화가 꼭 정답은 아니라는 유아인. 그는 계속 자신과 부합한, 자신의 의지가 이끄는 연기를 추구하고 있었다.

“저라는 인간을 계속 확장하고 싶고 그 과정을 관객분들과 공유하면서 함께 나아가고 싶어요. 요즘 하게 되는 생각은 어지간한 변화는 변화로 안 봐주신다는 거예요. 저는 다양한 변화들을 꾀하고 퍼즐을 맞춰간다고 생각했는데 한두 개 퍼즐로 판단하거나 해석할 때 오는 서운함도 있죠. 변화 그 자체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는 우려도 생겼고요. ’무엇이 될까‘를 상상하는 게 ’무엇을 지킬까‘ 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건 제 삶의 기준에 따른 해석이죠. ’소리도 없이‘라는 작품이 제 의지에 부합하지 않나 싶어요. 그 어떤 작품보다 현대적인 감각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는 영화라고 믿으니까요.”

“지금 촬영하고 있는 ’지옥‘이란 작품이 진짜 대사가 많아요. 최근 제가 했던 네 작품을 합친 것보다요. 아무 것도 안 하는 걸 해보고 싶긴 하죠. 최소한의 표현을 통한 가장 극대화된 표현을 하는 것. 그런 경지에 도달하고 싶은 마음이 제 안에도 있겠죠.”

사진=UA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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