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는 양날의 검이다. 하물며 원곡 가수가 서태지라면? 잘해야 본전도 아니고 무조건 지는 게임에 가까울 것이다. 이를 인지하지 못할 후배가수는 한 사람도 없겠지만 서태지 데뷔 25주년이라는 특별한 해에 여러 후배들이 기꺼이 그 ‘지는 게임’에 동참했다.

 

 

방탄소년단, 어반자카파, 윤하, 루피-나플라, 에디킴, 수란, 헤이즈 그리고 크러쉬까지. 처음 들었을 땐 ‘어? 읭?’ 소리가 절로 나오는 의외의 리스트였다. 심지어 몇몇 다른 뮤지션들의 얼굴이 스쳐가기도 했다. 그런데 볼수록 절묘한 조합이다. 핫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방탄소년단과 헤이즈, 크러쉬에, ‘정말 서태지픽이야?’하며 그 트렌디한 안목에 ‘깜놀’했던 루피-나플라와, 자타공인 서태지덕후인 윤하, ‘조용한 강자’ 어반자카파, 에디킴, 수란까지.

서태지 데뷔 25주년 기념 리메이크 프로젝트 ‘타임: 트래블러(TIME: TRAVELER)’. 개인적으로 참여 뮤지션들의 면면이 엄청 흥미롭거나 호기심을 자극했던 건 아니었다. 솔직히 ‘닥치고 다운로드’의 욕구까지 치솟지는 않는 마냥 높지 않은 기대치, 딱 거기까지였다. 리메이크는 고사하고 라이브, 리믹스 등 변형 버전보다 철저히 오리지널 스튜디오 버전을 선호하는 고집스런 취향도 영향을 미쳤겠지만(이 취향의 몇 안 되는 예외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밤이 깊어가지만’-‘환상속의 그대’ 리믹스버전 되시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조 덕후’의 탈을 써서인지 한 곡 한 곡 리메이크 음원이 공개될 때마다 (기대치가 낮다고는 했으나) 굳이 일부러 찾아 듣긴 했다. 궁금하긴 하니까. 그리고 그 스트리밍의 솔직담백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현시점 원곡선호도는 하트 5개가 만점

**원곡대비 스트리밍 예상지수는 100%가 원곡과 똑같은 횟수/비중으로 들을 확률임(원곡 1번 들을 때 리메이크 1번). 100% 보다 낮은 건 원곡보다 덜 들을 확률, 100% 보다 높은 건 원곡 보다 더 들을 확률이라는 의미

 

 

컴 백 홈(Come Back Home) by 방탄소년단

‘대세는 방탄’. 워너원 등장 전까지 엑소와 함께 아이돌 시장을 견인했던 방탄소년단, 그들의 참여가 놀라웠지만 솔직히 기대가 높진 않았다. ‘리메이크 참 어렵겠다’ 싶은 원곡의 아우라와 개성 때문. 근데 계속 듣게 된다. 개성과 스타일이 다른 제이홉, 랩몬스터, 슈가의 랩을 듣는 맛, 곡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부각되기 어려운 보컬라인의 언뜻언뜻 드러나는 킬링파트가 쏠쏠하다.

현시점 원곡선호도 ♥♥♥♥♡

원곡대비 스트리밍 예상지수 ■■■■❚ (90%)

의외의 킬링파트 유 머스트 컴백홈 떠나간 마음보다 따뜻한~ 나를 완성하겠어~

- 킬링파트가 의외로 많은데 처음 들었을 때부터 꾸준하게 ‘나를 완성하겠어~’ 부분에서 이른바 ‘치인다’. 원곡과 다른 멜로디로 살짝 틀어서 부르는 막내 정국의 보컬이 매력적.

 

 

테이크 파이브(Take Five) by 윤하

서태지 팬들에겐 특히 각별한 최고의 팬송이다. ‘내겐 좋은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로 시작하는 첫 구절부터 모든 가사가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내용으로 이곡으로 힘을 얻는다는 팬들이 여전히 많다. ‘절망할 순 없는 구속받지 않을 삶이라는 것 행복한 너의 모습’ ‘이 넓은 세상을 느끼는 강한 네 모습’... 그렇기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곡이었을텐데 서태지덕후 윤하가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리메이크했다. 윤하의 더없이 청아한 보컬과 몽환적이면서도 그루브감 넘치는 리듬이 어우러져 원곡의 굳건한 입지를 흔들(?) 정도의 아찔한 매력을 뿜어낸다.

현시점 원곡선호도 ♥♥♥♥♥

원곡대비 스트리밍 예상지수 ■■■■■■ (120%)

의외의 킬링파트 빛이라는 건 일어서는 건 가까이 있게 음~

- 의외는 아니다. 들으면 자연스럽게 꽂히는 대목이 아닐지. 원곡과 확연히 다른, 조가 바뀌는 보컬 전개에 제대로 취향저격. 유난히 맑은 윤하의 음색이 시시각각 바뀐다.

 

 

모아이(Moai) by 어반자카파

어반자카파의 참여 자체는 놀랍지 않으나 그들의 곡이 ‘모아이’라는 건 꽤 흥미롭다. 그 흥미로움 후의 곡의 결과는 또 예상가능한 그림이다. 휴식 같은 여유로움, 그게 또 이스터 섬의 이미지와 썩 잘 어우러진다. 참신한 반전매력까지는 아니어도 어반자카파여서 좋았다.

현시점 원곡선호도 ♥♥♥♡

원곡대비 스트리밍 예상지수 ■■■■■ (100%)

의외의 킬링파트 때론 달콤한 내 거짓으로도~ 때론 아이같은 응석에 손을 벌려도~ 저 모아이들에게~

- 조현아에서 권순일로 보컬이 바뀌는 그 부분. 어반자카파 곡들 중에서 권순일 보컬에 딱 꽂히는 지점이 있는데 ‘모아이’에서는 딱 여기다.

 

 

인터넷 전쟁 by 루피, 나플라

가장 의외의 픽. 그러나 원곡과의 합은 딱 봐도 가장 잘 맞을 필. 역시나 ‘찰떡’이다. 원곡보다 자주 찾아들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역시나 윤하의 ‘테이크 파이브’와 함께 세트로 가장 많이 스트리밍 하는 곡이 됐다.

현시점 원곡선호도 ♥♥♥♥

원곡대비 스트리밍 예상지수 ■■■■■■■❚ (150%)

의외의 킬링파트 이젠 작작해 좀 작작해 XX 작작해~

- 사실 의외일 건 없다. 어쩌면 당연한? 거친 단어가 주는 묘한 카타르시스 때문은 아닌데 속이 뻥 뚫리고 후련하다. 고막강탈 파트.

 

 

이제는 by 에디킴

가장 그림이 잘 그려지는 곡이었고 결과적으로도 무난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들으면 뭔가 외형적 움직임은 크지 않은데 내부 동선은 의외로 정교하고 섬세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예나 지금이나 상대적으로 손길이 덜 가는(?) 곡이어서인지 리메이크에 대한 흥미도...

현시점 원곡선호도 ♥♥♥

원곡대비 스트리밍 예상지수 ■■■■ (80%)

의외의 킬링파트 사랑은 아니라 느꼈지 너의 그 진한 향기마저도 너의 그 애틋한 그 눈빛도

- 2절 첫 시작 부분. ‘너의 그 진한 향기마저도’가 마치 애드리브처럼 1절과 달라 귀를 잡아끈다.

 

 

슬픈 아픔 by 수란

곡과 가수의 매칭 의외성 최고. 수란의 참여 자체도 의외였는데 곡은 더 놀라웠다. 수란의 ‘슬픈 아픔’? 결과도 흥미로웠다. 예상치 못한 ‘슬픈 아픔’. 인트로 기타연주부터 수란의 창법, 곡 분위기 모두 새롭고 신선하다. 근데 자주 꺼내 듣게 될지는... 특유의 비장감 때문인지 실은 원곡도 듣기 버거울 때가 있긴 하다.

현시점 원곡선호도 ♥♥♥♡

원곡대비 스트리밍 예상지수 ■■■ (60%)

의외의 킬링파트 난 삶에 지쳐 쓰러졌을 때 내가 미쳐가고 있을 때~

- 2절 첫 랩파트. 1절 랩도 강렬하나 2절이 좀 더 쫄깃한 느낌. ‘오그라드는’ 면이 없지 않으나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준다.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by 헤이즈

올여름 최고의 음원강자(음원깡패의 반열)로 자리를 굳힌 헤이즈 특유의 매력적인 보컬이 돋보이는 곡. ‘창법이 식상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지만 헤이즈 보컬의 매력을 뿌리치기는 어렵다. 헤이즈의 음색이 원곡과의 가장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

현시점 원곡선호도 ♥♥♥♥

원곡대비 스트리밍 예상지수 ■■■■■■ (120%)

의외의 킬링파트 아주 오랜 시간을 우리 함께 보냈지~ 너는 내 맘 속에 오랫동안 남겠지

- 중간 랩파트에서 보컬로 바뀌는 그 부분. 솔직히 랩 보다 ‘헤이즈’ 하면 떠오르는 그 서늘한 보컬이 더 매력적이다.

 

*마지막 축제 by 크러쉬

아직 공개되지 않은, 이번 리메이크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 곡. 원곡 ‘마지막 축제’, 뮤지션 크러쉬에 대한 신뢰가 합쳐져 기대치 상한가다. 예상이 쉽지 않아 호기심지수도 최고.

 

사진=스포트라이트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