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까지 2회만을 남겨둔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와 함께 스토리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코로나19의 그늘이 드리워진 가을 안방극장에 클래식 음악 로맨스로 감성과 위로를 전했던 드라마는 극 곳곳에 클래식 작곡가와 연주자, 용어들을 영리하고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클래식’을 단순히 소재나 극 전개의 장식품으로 소비하지 않은 점이 방송 내내 인상적이었다. 극 초반에 등장한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란 대사는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맞은 클래식 음악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테마였다.

제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직접적으로 연상되는 것은 슈만-클라라-브람스의 3각관계 그리고 이루지 못할 사랑이다. 스승의 아내를 평생 연모했던 브람스의 고뇌와 아픔으로 여겨질 법하다. 하지만 후반부에 이르러 '브람스'는 또 다른 의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19일 방영될 15회 예고 영상에서는 채송아(박은빈)의 졸업연주 발표 무대에 피아노 반주자로 박준영(김민재)이 함께한 모습이 담겼다. 원래 송아는 대학원 입시곡으로 기교와 피아노 연주가 두드러지는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를 선택했었다. 하지만 그의 최애 레퍼토리는 기쁨과 슬픔의 감정이 모두 녹아들어 있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이었다.

반면 박준영은 “브람스, 좋아하세요?”란 송아의 질문에 “아니요,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할 만큼 브람스 연주를 거부해 왔다. 친구의 연인을 사랑한 자신에 대한 형벌이자 넘사벽 트라우마였다. 송아와의 로맨스가 일으킨 변화는 그가 난생 처음 당당하게 욕망하도록, 브람스를 대면하도록 만들었다.

시향을 지휘한 관록의 여성 지휘자와 나문숙(예수정) 경후문화재단 이사장은 박준영에게 “슈만뿐만 아니라 브람스도 잘할 것 같다” “브람스 연주하는 걸 꼭 듣고 싶다”는 말을 연이어 했다. 불우한 가정환경의 청소년 시절부터 나홀로 서울 유학생활을 하며 정상의 피아니스트가 된 그에게서 고독과 사색의 작곡가이자 당시 트렌디한 낭만주의 물결에서도 전통의 가치를 견지했던 심지 굳은 음악가 브람스를 누구보다 잘 표현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브람스가 40대에 접어들어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은 어두운 기억과 희망의 뉘앙스가 공존하는 곡이다. 3번처럼 비극적 색채가 지배하는 게 아니라 세상에 대한 긍정의 시선이 자리한다.

2악장 아다지오는 극중 대사에서 소개됐듯 남편 슈만과 사별한 클라라가 아들마저 잃자 브람스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편지에 적어보낸 선율이 바탕이 됐다. “말보다 음악으로 먼저 위로를 건넨” 브람스의 성향이 드러난 악장이다. 3악장은 그로트의 시에 음악을 쓴 ‘비의 노래’ 선율이 하나의 주제로 쓰였다. 빗방울 같은 선율과 우수에 찬 분위기가 아름다운 악장이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 중요한 고비마다 비와 우산 장면이 등장했던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상처받고 흔들렸던 송아는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선택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15년 동안 생계의 압박감, 금기의 짝사랑, 부채감에 짖눌려 살아왔던 준영은 상처만 안겨줬던 전 연인 송아의 파트너 역할뿐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서 한차원 더 성장하기 위한 터닝포인트로 이 곡의 반주를 자청하지 않았을까. 놀라 “브람스 싫어하잖아요?”란 송아의 질문에 “할 수 있어요. 치고 싶어요”라고 말한 이유다.

“음악으로 위로를 주는” 유의미한 직업을 선택한 젊은 음악가들의 꿈과 사랑, 성장 서사가 이 가을, 브람스와 함께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해진다.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방송캡처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