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생 배우 박혜수가 1995년을 살아가는 삼진그룹 말단 사원으로 변신했다. 10월 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보람 역을 맡은 박혜수는 "90년대 특유의 따뜻한 색감, 음악, 세 인물의 복고 스타일링이 조화롭게 잘 나온 것 같아요"라며 개봉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영화에서 박혜수는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이종필 감독의 적극적인 권유로 오래도록 기른 머리를 '싹둑' 잘랐다. 아쉬움에 눈물까지 고였다는 그는 다행히도 영화를 본 뒤 감독이 그렸던 그림이 뭔지 알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보람 역을 하기로 했을 때부터 감독님이 숏컷을 강하게 주장하셨어요. 그땐 다른 머리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막상 자르고나니 감독님이 그린 그림을 알 것 같더라고요. 또 그 시대의 느낌이 나게 안경도 골라 끼니까 제가 없더라고요. 외적으로 너무 달라서 '내가 저런 모습이었구나' 낯설기도 했지만 만족스러웠어요. 머리 자른걸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숨기고 싶어서 sns같은데도 노출을 일절 안했어요. 포스터가 처음 공개되고 댓글을 보니 '그래서 박혜수는 어딨는데?'라는 반응이 있어서 성공적이라고 생각했죠"
외적으로 1990년대를 재현하고자 변신을 시도한 것은 기본, 박혜수는 개성 강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올림피아드 우승 출신 수학천재인 보람은 어딘가 맹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촌철살인 팩트폭격을 날리는 캐릭터다. 박혜수는 어머니에게 주판 사용법을 배우기도 하고, 소박함을 표현하고자 촬영 내내 한가지 외투를 돌려입었다. '브룩'으로 설정됐던 극중 영어 이름도 촌스러움을 주고자 실제로 어린시절 사용한 '실비아'로 변경했다. 그렇게 캐릭터에 동화되고 나니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도 많았다.
"제가 배우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세상과 단절된 벽이 있는 것 같고 주눅 들어있는 모습이요. 저도 그런 시기가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바뀌긴 했어요. 연기를 시작하면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는데 사회생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났던지라 겁먹기도 했거든요. 제가 속한 사회가 무한으로 확장된 느낌이었어요.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떻게 행동하는 사람인지 그런 것들이 많이 흔들리기도 했고요"
"지금은 다시금 내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난 이런 사람이구나' 알아가게 된 것 같아요. 작품을 보면서 변화하는 저를 스스로 받아들이기도 하고요. 이번 작품에서는 언니들이 너무 사랑해주는걸 느끼면서 저 스스로를 더 아껴 줄 수 있게 됐어요"
90년대 스타일의 반가움과 더불어 영화의 핵심 포인트는 박혜수와 고아성, 이솜 세 친구가 만드는 케미다. 세 배우 모두 기자간담회, 인터뷰 할 것 없이 서로에 대한 친분을 끊임없이 강조해온 바. 여느 촬영보다 더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이라고 강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배우들의 관계는 영화 속에서 고스란히 긍정적인 영향으로 발휘됐다.
"각기 다른 세 여성이 만들어내는 그 합이 너무 재밌게 그려졌어요. 약자들이 모여서 뭔가를 해결해가는 방식이 뻔하지 않게 그려진다고 생각했고요. 촬영때 셋의 방을 따로 잡아줬지만 할 얘기가 많아서 결국 다같이 모여서 얘기하다가 자곤 했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고아성 언니는 사람이 정말 멋이 있어요. 정말 따뜻한 사람이고 배려심이 넘쳐요. 일할 때는 경력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 있는 프로고요. 그런 모습을 가진게 너무 멋있더라고요. 제가 나중에 선배가 되면 언니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솜 언니의 첫 인상은 좀 다가가기 어려울거라 생각도 했어요. 근데 알면 알수록 진국인 사람이에요. 멀리서 사람을 지켜봐서 파악해뒀다가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완벽한 타이밍에 해줘요. 위로든 공감이든. 선물을 주기도 하고, 세심하게 챙겨줘요. 연기할땐 엄청난 대사량도 너무 멋있게 해내시더라고요. 대본에 없는걸 많이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영화 속에서 인물의 결을 만들어 내는걸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