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을 보면 피로감이 먼저 엄습한다. 유사한 형태의 예능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채널 선택권을 잃어버렸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하늘아래 더 이상 새로운 건 없다지만, 또 유사성을 피해가기 위해 다양한 변주를 시도한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배경이나 소재의 예능이 넘쳐나고 있다. 의도된 카피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비슷하다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JTBC ‘갬성캠핑’은 방송전부터 유사성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해 방송된 ‘캠핑클럽’과 유사한 ‘캠핑핫클럽’이라는 작명으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 현재는 ‘갬성캠핑’을 방송되고 있지만, 이전에 ‘캠핑핫클럽’이라는 프로그램명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캠핑클럽’ 마건영 PD는 ‘갬성캠핑’ 방송을 앞둔 7월 자신의 SNS를 통해 “캠핑클럽과 전혀 상관없는 프로그램”이라며 “오해 없으시길”이라고 못박았다.

단순히 이름만 유사한 게 문제는 아니다. 캠핑이나 차박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캠핑클럽’ 전후로 물밀듯이 쏟아져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리 힐링’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이런 추세는 더더욱 두드러졌다.

이 갈래에서 나온 프로그램이 바로 ‘요트원정대’다. ‘요트원정대’는 네 명의 출연진이 요트를 타고 태평양 항해에 도전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식 예능 프로그램이다. ‘요트원정대’는 10월 후속작인 ‘요트원정대: 더 비기닝’을 준비 중에 있다. 앞서 ‘요트원정대’와는 그 결을 조금 바꿔 순수하게 요트 도전 자체를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tvN에서 ‘바닷길 선발대’가 첫 방송을 시작했다. ‘바닷길 선발대’ 참여를 위해 출연진들은 전원이 요트 면허를 취득했다. 우리 바다 둘레길 항해는 아무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만큼 좌충우돌 생고생 에피소드가 예고됐다. 어제(18일) 첫 방송에서는 10여시간의 여정에 뱃멀미를 하는 출연진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언택트 여행이라는 점을 강조해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요트원정대’와의 기시감을 지우기는 힘들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을 소재로 한 예능 역시 줄지어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방송을 시작한 ‘구해줘! 홈즈’를 선발주자로 이후 추석 파일럿 예능 SBS ‘홈스타워즈’, JTBC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가 뒤를 잇고 있다. 여러 주거 환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맥락을 함께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음악 예능은 거의 포화상태다. 시즌6을 맞이한 ‘히든싱어’, 장수 프로그램 ‘복면가왕’을 차치하더라도 트로트를 기반으로 한 음악 예능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TV CHOSUN ‘미스트롯’, ‘미스터트롯’의 흥행이 쏘아올린 트로트 열풍이 불러온 현상이다. 얼마전 종영한 MBN ‘보이스트롯’, SBS ‘트롯신이 떴다’, 곧 시작할 ‘트로트의 민족’까지. TV만 틀면 트로트가 흘러 나온다.

물론 기획이나 제작 시기상 타 프로그램을 따라간다기 보다 대세를 따랐다는 말이 적절하다. 하지만 다양성을 잃어버린 예능에 시청자 사이에서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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