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사과'의 아이콘을 넘나들던 방송인 김구라가 또 다시 '입'으로 입길에 올랐다.

 

 

지난 30일 방송된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에서는 '염전에서 욜로를 외치다' 특집으로 조민기, 손미나, 김응수와 함께 김생민이 출연했다.

김생민은 최근 데뷔 25년만에 KBS 2TV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을 진행하게 됐다. 원래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 속 코너였던 '김생민의 영수증'은 코너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따로 팟캐스트가 생겼으며, 결국 지상파 방송에 정규 편성됐다.

근검절약 및 경제 아이콘이 된 김생민에게 '라디오스타' MC들은 관련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MC들은 '김생민의 영수증'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모습을 보였으며, 더 나아가 김생민의 '짠돌이' 이미지를 조롱하는 식 언행을 보여 다수 시청자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된 인물은 MC 김구라다. 그는 특히 조민기가 "생민씨같은 생활패턴이 나에게도 필요하다. 생민씨는 철이 들었다"며 칭찬하자 "짜다고 철든 건 아니다. 이걸 철들었다고 해야 되는 건가?"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한 빈번하게 김생민의 말을 끊는 등 무례하게 보일 법한 태도로 비판을 사고 있다. 그 외에 다른 MC들과 게스트들도 김생민의 생활 습관에 놀라움, 답답함, 궁상맞음, 측은함을 교차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예능에서 한 발언이 막말 논란으로 퍼진 것은 흔한 일이지만, 김구라의 이번 논란은 하루종일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있다. 상당수 사람들이 김구라의 발언을 아무리 '방송용'이라 해도 용납하기 힘든 발언이라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같은 서민으로서 김생민의 일상에 크게 공감했기 때문에 자신이 공격당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김생민이 자산을 관리하는 방법은 절약이다. 절약은 수입을 늘리기 쉽지 않은 서민들이 가장 쉽게 돈을 모으는 방법이며, 실제 많은 사람들이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그의 모습이 다소 답답하게 비춰지는 면도 없지는 않으나, 어찌보면 김생민의 삶은 대다수 서민의 삶을 대변하고 있었던 셈이다.

 

 

반면 김구라는 김생민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제적 상위 계층에 속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김생민의 삶을 자신의 관점으로 재단하고 비판했으니 자연스레 공분이 솟구친 것이다.

이에 김구라는 31일 스포츠조선을 통해 "그날 김생민씨가 첫 출연이어서 유난히 녹화장에서 긴장을 하는 면이 있었다. MC로서 분위기를 띄어주려는 의도였는데 본의 아니게 그를 조롱하는 것처럼 느껴지신 것 같다"며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시청자들께 불편함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앞으로 더 사려 깊은 방송을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생민씨와는 조금 전 통화를 하고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아무런 감정의 문제가 없었으며 좋은 마음으로 서로 이야기 나눴다"며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구라는 말로 뜨고, 망하고, 재기한 연예인이다. 과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막말을 비롯해 여성혐오, 욕설 등은 그의 끊임없는 진솔한 사과와 열심히 방송 활동하는 모습, 개인적인 상처로 인해 가려지고 잊혀지는 듯했다.

내 속을 긁어주는 시원한 입담가는 '한 끗'을 놓치면 무뢰한이 되기 십상이다. 시대와 선 자리가 변하면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김구라가 '대상'급 방송인이라면 게스트에 대한 배려를 넘어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해야한다. 이제 구설과 사과에 종언을 고할 시기다.

 

사진 출처=MBC '라디오스타' 방송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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