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인 이란과의 경기가 0-0으로 비겼다. 이미 1위를 확정한 이란(21점)뿐 아니라 한국(14점)도 2위를 유지했다. 경기 종료 후 대표팀은 기다렸다는 듯 불만을 토로했다. 잔디 상태가 엉망이었다는 것은 물론 관중의 함성 소리가 컸다는 황당한 이유까지 난무했다.

 

손흥민 "이런 잔디에서 잘하라는 건 욕심"

손흥민은 이날 경기 종료 후 “핑계로 들릴 수 있지만, 매번 이런 상황에서 경기 잘하라고 하는 데 화가 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잔디가 쉽게 파이고 선수들이 미끄러져 넘어지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손흥민은 이에 대해 “이런 잔디에서 경기를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못 한다는 점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어 “잔디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선수들이 몸을 던져 상대와 부딪치는 모습에 고맙다”고 했다. 또한 “당연히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다. 결과적으로는 당연히 아쉬운 경기”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선수들이 이기려고 노력하는 모습, 의지, 태도가 중요한데, 오늘 경기에서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영권 "함성 소리 너무 컸다" 관중 탓

김영권(광저우 헝다)은 경기 종료 후 취재진에게 “관중들의 함성이 크다 보니 선수들끼리 소통하기가 매우 힘들었다”며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다. 선수들끼리 소통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선수들끼리 눈빛만 봐도 그 뜻을 알 수 있게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 풀백을 맡은 김영권은 여러 차례 동료 수비수들과의 호흡이 맞지 않았으며, 헛발질을 하는 등 기대 이하의 경기를 펼쳤다. 이후에는 오히려 목청이 터져라 응원한 홈 관중으로 책임을 돌려 네티즌들을 분노케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표팀 관계자는 "김영권이 말실수 한 것을 뒤늦게 인지하고 매우 괴로워했다"라며 "홈 관중의 응원을 깎아내리거나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라고 부연했다. 이어 "경기장 안에서 수비수들 간의 소통을 못 한 것에 대해 자책하다가 말실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권은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심경을 밝히고 다시 한 번 사과할 예정이다.

 

신태용 감독 "시간 부족 탓…잔디 문제도 힘들었다"

'자질 논란'의 한가운데 선 신태용 감독도 여러가지 변명을 보탰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먼저 “손발을 맞추는 데 힘들었다. 공격진은 28일에 소집한 뒤 29일 하루 훈련을 했다. 경기 전날은 몸풀기 수준의 운동만 했다. 조직력 훈련을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하루 만에 완벽히 할 수는 없었다”라며 시간이 부족했음을 강조했다.

잔디 문제도 지적했다. 신태용 감독은 “잔디 문제가 대표팀을 힘들게 했다. 이란 선수들은 잔디가 밀리더라도 치고 나가는 힘이 있다. 잔디의 어려움을 이겨낸다. 우리 선수들은 중심이 밀려 넘어지기 쉽다. 원하는 플레이가 쉽지 않았다. 잔디가 좋은 곳에서 경기했다면 좀 더 좋은 경기력을 펼쳤을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사진 = 뉴스엔,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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