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의 말처럼, 음악의 힘은 굉장히 대단한 것 같다. 음악 하나로 함께 모인 가수와 관중들이 150여분 간 한 뮤지션의 25년 음악사를 되돌아본 시간은 마치 마법 같았다.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롯데카드 무브ː사운드트랙 vol.2 서태지 25'가 9월 2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렸다. 총 3만 5천 관객이 운집한 이날 공연은 서태지의 데뷔곡 '난 알아요'부터 9집곡까지 총망라하며 관객들에게 '타임트래블'을 선사했다. 장엄한 인트로 영상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서태지는 밝은 분위기의 '내 모든 것'과 '줄리엣'을 열창하며 25주년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서태지와 소년단'의 등장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의 콜라보, 누군가는 기대를 걸었고 또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던 이 조합은 그야말로 대성공적이었다. 공연의 전반부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의 노래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아이들'이 부재하는 대신, 그 공백은 방탄소년단 멤버들로 꾸려져 2017년 대세 아이돌의 기운을 과감하게 내뿜었다. 

후배 아이돌 방탄소년단은 이날 무려 여덟곡이나 서태지와 함께 공연을 펼치며 3040세대 서태지 팬들의 이목을 모았다. '난 알아요' '이 밤이 깊어가지만' '환상 속의 그대' '하여가' 등, 지금 들어도 신나는데다 언제나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네 곡이 연달아 공연될 동안 서태지의 등 뒤에는 두 세명의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교대로 등장해 '아이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파릇파릇한 후배들의 고난이도 댄스는 관객들을 열광시켰고, 25년차 서태지의 노련함 역시 이에 뒤쳐지지 않았다. 지켜보던 팬들이 "우리 태지 오빠 이제 무릎 조심해야 하는 나이인데…"라고 걱정을 하든 말든 서태지의 댄스 투혼은 빛을 발했다. 잔잔하면서도 화려하게 꾸며진 '너에게'와 '영원' 무대가 끝난 후 '교실이데아'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때 방탄소년단이 재등장했다. 이때 서태지와 방탄소년단은 검정색의 제복을 맞춰 입어 흡사 하나의 아이돌그룹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아이들이 일곱명으로 늘어나니, 무대는 더욱 압도적으로 변모했다. 관객들이 리듬에 맞춰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하고 떼창을 할 때 쯤엔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방탄소년단은 앞서 서태지의 데뷔 25주년 기념 리메이크 프로젝트 '타임:트래블러'를 통해 발표했던 '컴백홈'까지 완벽하게 완수하며 글로벌 아이돌그룹의 명성을 다시 한번 떨쳤다.

 

진리의 '락태지' 강림

방탄소년단이 퇴장한 후엔 '락태지'의 강림이 시작됐다. 락밴드 시나위 출신의 서태지의 신나는 솔로 타임이었다. '필승' 무대를 위해 기타를 맨 서태지는 "내가 '필승'을 원키로 못 부른다는 소문이 있던데, 나를 뭘로 보고~"라며 자신감을 표출하더니 "지금부터 달려보자"라고 소리쳐 팬들을 열광시켰다. 

원곡보다 더욱 풍부해진 밴드 사운드의 '필승' 무대 이후엔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곡인 '굿바이' 무대가 펼쳐졌다. 서태지는 '굿바이'를 부르기 전에 "이 노래를 여러분 앞에서 처음 불러본다. 오늘은 이자리를 빌어 여러분께 내마음을 전한다"는 멘트와 함께 노래를 시작했다. 팬들은 휴대폰 LED 이벤트로 까만 잠실벌을 수놓으며 서태지의 진심에 응답했다.

 

이어 '테이크 원' '테이크 투'의 무대가 펼쳐졌고, '울트라맨이야'로 노래가 넘어가며 공연장의 분위기는 더욱 불타올랐다. 하지만 '울트라맨이야' 무대 도중 목소리가 음향에 묻혀 버리는 사고가 잠깐 발생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내 안정을 되찾은 무대는 '탱크' '오렌지' '인터넷 전쟁'을 차례대로 선보이며 락태지의 진가를 확인케 했다. 흥을 주체 못한 관객들이 손을 들고 뛰어오르는 순간의 현장은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로보트'와 '제로' 무대가 이어지며 강렬했던 분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00년대 초반 리스너들의 마음을 움직이던 가사를 목청껏 열창하는 서태지의 모습은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디스토피아적 분위기를 가득 함유한 '틱탁'과 '모아이'까지 무탈하게 공연한 서태지는 "오늘 공연의 마지막 곡이자 가장 최신곡"이라고 소개해 웃음을 퍼트린 '소격동'과 '크리스말로윈'을 끝으로 본 공연을 마쳤다.

 

가슴 떨리는 앵콜

아쉬움 가득한 관객들을 위해 마련된 앙코르 무대는 '시대유감'과 '10월 4일', '난 알아요'의 심포니 버전, '우리들만의 추억'으로 꾸려졌다. 서태지는 관객들에게 "오늘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이번 공연에서 25년을 눌러 담았다. 25년 동안 주신 사랑 잊지 않겠다. 오늘 공연은 250년 뒤에도 기억될 것 같다. 30주년에 또 만나자"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사진 = 서태지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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