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홍석천이 2일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용산구청장 출마를 시사해 화제에 올랐다.

 

 

연예계 스타들의 정계 진출, 드문 일도 아니다. 탤런트 홍성우를 시작으로 배우 최무룡·신성일·이순재·강부자·정한용·김을동·최종원, 아나운서 유정현, 개그맨 이주일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이외 연극배우 손숙은 환경부장관, 영화감독 이창동과 배우 김명곤은 문화부장관, 배우 유인촌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역임했다.

각 직업군을 대표하는 이들의 국회 입성,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스타들 상당수가 정당의 비례대표로, 일부는 지역구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됐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법안을 발의하고, 의정활동을 했는지 희미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용산구청장 의지를 내비친 홍석천에게선 사뭇 다른 숨결이 느껴진다. 먼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해온 시간의 무게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홍석천은 힘들었던 시절, 이태원에서 얼마 되지 않은 종자돈으로 가게를 오픈해 레스토랑, 바를 연이어 확장하며 사업가로 성공했다. 현재 총 9군데를 운영하며 50억~70억원대의 연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너도나도 폼 나게 중앙무대에서 출발하려는 현실에 자신이 발 디디고 있는 지역의 바닥에서부터 출발하려는 태도는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정신과도 맞아 떨어진다.

그가 터를 잡은 이태원은 우리 사회 소수자들인 동성애자와 외국인들, 가난한 젊은 아티스트들의 메카다. 누구보다 이 공간을 이해하기에 과거 '이태원 살인사건'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방송에서 틈틈이 이태원을 홍보해 용산구민의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청장 출마 이유로 “내가 사랑하는 동네를 위해 아이디어를 반영해 일해보고 싶다” “이태원의 골목문화 상권을 발전시키고 싶다” 등을 들었다. 용산구란 지역이 함축한 현안과 기능이 오버랩 되면서 이 사람이 어떤 구체적 활동을 할지 예측 가능해진다.

용산구의 재개발 현안, 국방부·철도청·주한미군기지가 차지하고 있는 부지를 활용한 용산국가공원 조성 사업뿐만 아니라 소비향락의 메카에 개성적인 문화 숨결을 불어넣어 서울의 명소로 탈바꿈시키는데 그의 안목과 소통능력이 발휘되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인지도 높은 인물을 캐스팅하려는 정당의 기획 상품이 아니라서다. 홍석천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관련,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면 그동안 구청장이 되기 위해 힘써온 사람의 기회 자체를 뺏는 것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그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출마 이유에 대해 "한국사회에서 동성애자도 잘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동성애자들이 차별과 탄압에서 벗어나 좀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동성애자인 내가 선출직에 출마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 말을 했다. 유리천장보다 더 힘든 게 성 소수자들의 공직 진출이다. 그의 열정과 역량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선택이 이뤄진다면 우리 사회의 인권지수, 다양성 측면에서 유의미한 첫 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장, 국회의원이라면 자신이 속한 지역의 공간과 사람에 대한 이해 그리고 사랑이 기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석천의 용산구청장 출마선언이 지탄의 대상이나 돌출행동이 아니라 의미 있는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한다.

 

사진출처= 홍석천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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