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가 SBS 창사 30주년 특집으로 ‘세상은 나아지는가’ 3부작을 준비했다. 24일에는 1부 '죄수의 기억 ; 그들은 거기 없었다' 편이 방송된다.

# 6인의 살인자들, 그리고 사건의 ‘진범’

살인, 강도, 납치, 강간, 과실치사, 강도치사.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같고도 다른 살인을 저지른 후 검거돼 이미 처벌받은 이들의 죄목이다. 이 잔혹한 살인사건들은 그때마다 사람들을 큰 충격에 빠뜨렸고, 사건의 범인들은 짧게는 230여 일에서 길게는 21년간 각각 복역 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나는 왜 살인자가 되어야 했나?” 6인의 살인자들은 지금 되묻고 있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미처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왜 자신의 범행을, 스스로 자백했을까?” 그들의 질문 앞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질문 역시 시작됐다.

그 질문을 쫓던 제작진은 자신을 해당 살인사건의 ‘진범’이라 주장하는 한 사람과 마주하게 됐다. 말 그대로 실제 피해자를 살해한 범인 배모 씨였다. 오랜 침묵 끝에, 진범 배 씨는 수사기관도 완벽히 풀지 못했던 ‘그날’의 퍼즐을 맞추기 시작했다.

# 그들은 왜 ‘죄수’가 되어야 했나?

진범 배 씨의 자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사건 후 수사기관에서도 우리에게 건넨 증언과 꼭 닮은 자백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진범의 자백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은 그를 처벌하지 않고 풀어줬다. 이미 진범의 자리에는 ‘3인조 범인’이 앉아있었고, 그 3인조는 진범을 대신하는 듯 처벌을 받았다.

진범조차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의 전개는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조용히 잊혀 갔지만 그 모든 빚은 오늘까지도 진범의 가슴 속에 남았다. 그는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용기 내 증언하기로 했다.

여전히 진범 배 씨와 같은 ‘진범’은 처벌받지 않은 채, 세상 어딘가를 활보하고 있다. 춘천 여아 살인사건부터,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 그리고 수원노숙소녀 살인사건까지 ‘진범’을 대신해서 ‘죄수’가 되어야 했던 이들은 처벌받았기 때문이다. 무고한 이들을 ‘죄수’로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사법 시스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조그마한 만화방 주인, 시각 장애인, 그리고 가출청소년까지, 복역 후 카메라 앞에 다시 앉은 ‘죄수’들은 사법 시스템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아직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무엇도 충분히 가지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며 세월을 보냈다. 수사기관이 진술을 조작했고, 증거를 왜곡했음에도 판결은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고 했다. 이들의 오랜 질문에 지금 우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세상은 과연, 얼마나 나아졌을까?

# 법 밖의 사람들, 더 교묘해진 ‘그것’

대기업 회장의 부인으로 소위 ‘사모님’으로 불렸던 그는 당시 감형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 그가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6년간 무려 38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호화 병동 생활을 이어갔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당시 ‘사모님’의 호화 병동 생활을 도왔던 이들은 과연 제대로 된 처벌을 받았을지 알아본다. 수차례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사건임에도 가해자들이 여전히 호의호식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2020년 현재에도 제2, 제3의 ‘사모님’들이 사법 체계를 교묘하게 피해가고 있지는 않을까?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없는 죄수들과, 없어도 될 곳에 갇힌 죄수들 간의 간극은 그간 국민들의 사법 불신을 키워왔다. 자본과 권력을 가진 이들의 ‘조작’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첨예하고 교묘해지고 있다. 사법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하는 사람들과 그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사람들의 불균형은 지금 대한민국의 숙제로 남아버렸다.

24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창사 30주년 특집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최초로 삼례나라슈퍼 살인사건 진범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그리고 춘천여아 살해사건, 엄궁동 2인조 살인사건, 그리고 수원노숙소녀 사건 등 무고한 죄수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회복의 방향을 시청자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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