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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류보리 작가 “박은빈·김민재, 살아 숨쉬는 음악가였다”

올 가을 안방극장을 설렘과 감흥으로 물들인 SBS 월화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류보리 작가와 서면으로 만났다. 20대와 30대의 경계에 선 스물 아홉, 음악을 ‘선택’한 청춘들의 꿈과 사랑, 행복 서사를 클래식 음악과 함께 실어보내준 이 작품은 젊은 작가(류보리)-감독(조영민 PD)-배우(박은빈·김민재)들이 만들어낸 올해 주목할 역작으로 꼽힐 만하다. 웰메이드 성장드라마, 청춘멜로, 음악드라마의 족적을 뚜렷히 남겼기 때문이다. 속도감과 ‘썸딩 뉴’가 지배하는 시대에 느릿한 호흡과 옛(Classic) 것의 아름다움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매혹한 신진 작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 ‘기획의도’를 보고 채송아와 박준영의 새드 엔딩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이나 박준영은 송아에게 동일한 무게감의, 겹치는 게 많은 대상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추측을 했던 것 같고요. 새드 엔딩이나 열린 결말이 아닌 ‘꽉 닫힌’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를 지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 스토리를 처음 구상했을 때부터 음대생 채송아(박은빈)는 바이올린을 잘 보내주고 앞날을 향해 자기 스스로의 걸음을 내딛는 결말이었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은 송아로 인해 자신을 15년간 짓누르던 부채감과 연민이 뒤섞인 시간과 작별하고 브람스를 연주하게 되는, 즉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음악을 하게 되는 성장을 이루는 결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송아와 준영 뿐만 아니라 결국 이 극의 주인공들은 모두 오랫동안 마음을 쏟았던 대상을 잘 떠나보내면서 내적인 성장을 이루고, 행복을 찾아가기 때문에 현재의 엔딩 외의 엔딩은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 지난해 단막극 ‘17세의 조건’에서는 17살 고교 2학년 주인공의 성장통을 다뤘습니다. 올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29세 청년의 성장통이 키워드입니다. 아이와 어른, 20대와 30대 경계에 선 인물들의 성장드라마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 저는 명확한 목표(주로 외적인 목표)를 이미 가지고 있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맹렬히 달려가는 주인공들보다 어디로 가야할지 아직 알지 못하는 인물들과 그 감정에 마음이 쓰입니다. ‘17세의 조건’과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아이와 어른의 경계였던 17세, 학생과 사회인의 경계였던 29세를 각각 설정한 이유는 이들이 그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통과해 나가면서 인생의 한 챕터를 넘어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통과의 과정이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결국 자신들의 힘으로 그 시간을 통과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 보고싶었기 때문에 성장물을 연달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 조영민 PD와 연이어 작업했을 때는 그분의 특장점을 높이 사서일 텐대요.

▲ 조영민 감독님과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감독님도 연출 입봉 전이었기 때문에 영상적인 면에서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은 전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독님이 어떠한 분이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드라마를 하고자 하는 분인지 알게 되자 무조건적인 신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적으로 정말 따뜻하고 좋은 분이라 작업기간 내내 늘 존중과 신뢰를 받으면서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하는 과정, 같이 일하는 사람이 결과물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감독님이 연출하신 영상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좋은 인품을 가진 분과 첫 단막극과 첫 장편 드라마를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즐겁고 감사했습니다.

- 장편 드라마 데뷔작으로 본인이 익히 잘 아는 분야를 건져올린 건 충분히 이해됩니다. 그런데 슈만-클라라-브람스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특히 제목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로 지은 이유도. 중장년 세대에겐 프랑스 작가 사강의 소설 제목으로 친숙하지만 내용은 확연히 달라서.

▲ 이 작품은 제가 SBS문화재단 극본공모전에서 당선이 되고, SBS에서 인턴작가 과정을 시작했을 때 미니시리즈 과제로 처음 썼던 작품입니다. 슈만-클라라-브람스의 러브스토리는 서양음악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이야기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혹은 타인을 짝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브람스가 생각났습니다. 처음 시놉시스를 준비했을 때 가제는 다른 것이었는데 이 셋의 이야기를 녹이면 좋겠다고 생각하자 사강의 소설 제목이 떠올라서 차용하게 됐습니다.

사강의 소설 내용과는 관련이 없지만 이 제목에 이 드라마의 모든 것, 즉 결과에 상관없이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그 시간이 나를 가치있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람스가 그의 짝사랑을 결과적으로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브람스의 삶이 불행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할 대상을 찾았고,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고 행복한 삶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음악 특히 클래식 음악 소재는 드라마로서 접근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편견이 강했습니다. 실제 클래식 음악은 어렵고 문턱 높다는 생각이 많으니까요.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과 같은 ‘연기신’이 극을 주도하든 음악계 내 권력암투와 같은 자극적 스토리텔링이 있지 않는 한 제작되기도 쉽지 않았던 것 같고요. 그런데 잔잔한 청춘 로맨스, 성장담과 함께한 클래식 음악드라마를 신인 작가로서 내놓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을 것 같아요.

▲ 클래식 소재 드라마라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청각적으로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더해지면 더 강한 흡입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감독님이나 제작사에서도 대본을 처음 보셨을 때 소재의 낮은 대중성에 대한 우려는 전혀 하지 않아주셔서 저도 그런 걱정 없이 대본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클래식이라는 외피를 썼지만 이 이야기의 본질은 청춘들의 꿈과 사랑, 성장이라고 생각했고, 그러나 클래식이 그저 겉소재로서만 머물기는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주인공들의 꿈과 사랑에 클래식 음악을 자연스럽게 녹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시청자분들이 그 점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매우 기뻤습니다.

- 기존 한국영화나 드라마에서 연주자 캐릭터, 연주 연기를 이토록 해낸 배우를 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박은빈-김민재 배우가 향후 이런 소재 작품의 액팅에 있어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것 같아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합니다. 연기에 그 어렵다는 연주까지 해낸 두 배우에 대한 평가를 해주신다면.

▲ 두 배우의 연기와 연주에 대한 것은 그 어떤 찬사로도 부족합니다. 배우들이 첫 미팅 때 ‘연주 부분을 정말 확실히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 순간에 바로 믿음이 생겼기 때문에 아무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종종 배우들과 악기 연주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거나 촬영 스탭들로부터 연주 장면의 촬영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의 믿음은 확신이 됐고, 방송을 보면서 감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주변 전공자들이 모두 감탄했을 정도입니다.

연주 연기 뿐만 아니라 두 배우의 캐릭터 해석도 정말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멋졌습니다. 제 나름대로 인물들을 상상하며 쓰기 시작했던 대본이지만 이 캐릭터들이 박은빈-김민재라는 배우를 만난 덕분에 송아와 준영이 실제 인물들처럼 느껴지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정 연기 뿐만 아니라 두 배우가 각자 바이올리니스트와 피아니스트의 느낌을 완벽하게 내기 위해 정말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연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실제 연주자에 전혀 뒤지지 않는 아우라가 화면을 뚫고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박은빈 김민재 배우 뿐 아니라 김성철 박지현 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단한 노력 끝에 살아 숨쉬는 음악가가 되어준 배우분들께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진=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공

용원중 기자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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