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파격을 넘어 논란이다. 무플보단 악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제성이 성패를 가르는 드라마 업계라지만, 첫주 방송부터 ‘펜트하우스’ 검열을 요구하는 글이 요소들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했다.

하지만 시청률은 역시나 상승세다. 26일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청춘’ 결방까지 불사하며 변칙 편성 논란을 일으킨 첫 방송은 9.2%, 그리고 27일 2회가 10.1%를 기록하며 단 2회만에 ‘마의 10%’를 넘겼다.

김순옥 작가는 ‘아내의 유혹’, ‘웃어요, 엄마’, ‘왔다! 장보리’, ‘언니는 살아있다’, ‘황후의 품격’까지 연이어 흥행시킨 스타 작가다. 줄곧 인간의 허영과 세속적인 욕망 등을 주요 소재로 등장시켰고 ‘펜트하우스’ 역시 그 결을 같이한다.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헤라클레스’ 현대인의 속물성과 세속적 욕망, 허위의식을 고발하고는 했다. ‘팬트하우스’는 어긋난 모성애가 중심이 된 세 가족을 그린다. 그리고 그 중심에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인 헤라팰리스다.

1%의 헤라클래스와 상류사회 입성을 노리는 오윤희(유진)를 보고 있자면 ‘SKY 캐슬’, 주단태(엄기준)와 천서진(김소연) 등 삐뚫어진 욕망으로 점철된 헤라클래스 구성원들은 ‘부부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드라마는 해당 작품들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김순옥 작가라지만 매 장면의 수위가 아슬아슬하다. 숨 쉴 구멍이 없을 정도로 인물들의 욕망이 들어차 있으니 시청률 상승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방송, 그것도 지상파 채널에서 어디까지가 표현의 자유에 의지할 수 있는 묘사의 기준인지는 잃어버린 모양새다. 욕하면서도 보는 게 막장 드라마지만 이번에는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을 지나쳤다.

1회에서는 불륜과 부동산 조작이 등장했다. 2회에서는 가정폭력과 아이들 간의 학교폭력 실태가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적나라하게 그려졌다. 여기에 입시 비리까지 겹쳤다. 주단태는 자녀를 학대하며 도망치지 못하게 밀실에 가두고, 아내 심수련(이지아)의 눈속임을 한다. 돈으로 갑질을 하는 아이들의 행동은 어른들 세계와 똑 닮아있다. 그리고 이 갑질은 물리적인 폭력으로 까지 이어진다. 이 모든 게 한 회 안에 등장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정신이 아프다’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펜트하우스’는 회당 6억 7000여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급 주상복합을 배경으로 그리는 만큼 매순간 호화로운 오브제들이 시선을 잡아 끈다. 여기에 이지아, 김소연, 유진, 엄기준까지 캐스팅 면면이 화려하다. 연기로는 어느 한 구석 ‘구멍’이 없다. 그러나 화려하게 채색한다고 한들 ‘펜트하우스’가 과연 명품 드라마가 될 수 있을까.

물론 드라마가 도덕적일 필요는 없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품어야 하는 게 드라마이기에 때로는 지적을 받으면서 ‘할 말은 해야’ 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드라마적인 화법이라기에 ‘펜트하우스’는 용인될 수 없는 수준이다.  드라마는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이 본다. 타깃 시청자는 제작진의 의도일 뿐, 방송이라는 매체 자체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꼭 드라마의 성패를 말하지는 않는다. 김순옥 작가 특유의 전개에 시청률은 앞으로도 상승세를 그릴지 모르겠지만, 시청률에 보답하는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라도 방송이 가져야하는 공익성을 놓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사진=SBS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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