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폴 포그바 딜레마에 빠졌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두 시즌 넘게 팀을 맡고 있지만 이 숙제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0-202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에서 맨유가 아스날에 0-1 패배를 당했다.

무려 14년 만에 아스날에게 홈에서 졌으며 맨유는 리그 2승 1무 3패로 ‘빅6’ 중 최하위인 15위에 머물렀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건 포그바였다. 후반 25분 포그바가 박스 안으로 침투한 벨레인의 발을 건드렸고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오바메양이 키커로 나서 맨유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포그바의 스탯도 처참했다. 패스 성공률 88%, 볼 경합 성공 4회, 볼 경합 실패 12회, 볼 뺏김 5회(이날 경기 최다 횟수) 등 좋지 못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올시즌 리그에서 포그바가 선발로 출전한 3경기 모두 맨유는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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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그바는 맨유 유스 시스템이 낳은 차세대 스타였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에 자리를 얻지 못해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로 떠났고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라섰다. 조세 무리뉴 감독 시절 포그바가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왔지만 기대 만큼 활약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메짤라, 하프윙 포지션에서도 제 몫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솔샤르 감독은 포그바를 선발로 낼지 말지 고민한 흔적을 보였다. 처음엔 주로 4-3-3 포메이션을 썼지만 이 포메이션을 쓰면 포그바가 수비형 미드필더나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와 수비적인 역할을 해내야했다. 하지만 포그바는 수비 능력이 뛰어난 미드필더가 아니었다. 이에 아스날전에선 4-1-2-1-2 또는 4-3-1-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맥토미니와 프레드가 아래에 서고 포그바가 하프윙을 맡았다. 후반에는 아예 왼쪽 윙으로 나섰다.

포그바의 단점이 아스날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자기 지역에서 개인기를 하며 탈압박하려고 했고 패스길을 제대로 보지 못해 공격 찬스를 놓치기도 했다.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하는 것도 문제였다. 교체 1순위처럼 보였지만 솔샤르 감독은 포그바를 풀타임 출전시켰다. 마치 마지막 기회를 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포그바는 올시즌 리그에서 벌써 3개의 페널티킥을 내줬다. 모두 홈에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 토트넘 홋스퍼, 아스날전이다. 이는 그 어떤 맨유 선수보다도 많은 수치다. 아스날전 이후 포그바는 인터뷰를 통해 페널티킥을 내준 것에 대해 “그 전에 숨이 좀 차서 실수를 저지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변명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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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감독 부임 전 프랭크 램파드는 포그바에 대해 평했다. 그는 “포그바가 어떤 선수인지 모르겠다. 기초적인 판단은 나쁜데 가끔 환상적인 플레이를 한다. 저보다 재능이 넘치지만 보호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분명 포그바는 톱 클래스 재능을 가지고 있다. 개인기, 패스 능력, 슈팅 능력, 피지컬 등 뭐 하나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팀플레이보다 개인적인 스타일에 더 치중하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올시즌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 마감 전 아약스에서 미드필더 반 더 베이크를 영입했다. 그 자리에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있어 영입 자체로 문제였지만 맨유가 잘 판단하면 좋은 영입으로 남을 수 있다. 반 더 베이크는 미드필더 어느 자리든 설 수 있다. 포그바와 스타일이 전혀 다른, 기동성이 좋고 판단력도 빠르고 계속 공간을 찾아 움직이는 반 더 베이크가 포그바를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솔샤르 감독이 포그바를 내칠지는 의문이다. 맨유가 거액을 주고 다시 데려왔으며 언제든지 한방을 터뜨릴 수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현재 맨유의 상황이라면 솔샤르 감독이 경질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파리 생제르맹, 라이프치히를 무실점으로 격파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계속 퐁당퐁당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까지 리그에서 홈 승리가 없다.

포그바에게 충격 요법이 필요할까. 조세 무리뉴 감독 시절에도 충격 요법을 사용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프랑스 대표팀, 유벤투스에서 잘하던 포그바가 맨유에선 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까. 솔샤르 감독이 미래를 위해서라도 해결책 또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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