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구성,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카이로스’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카이로스’(극본 이수현/연출 박승우/제작 오에이치스토리, 블러썸스토리)가 충성도 높은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타임크로싱 스릴러의 얼개를 견고하게 짜낸 이수현 작가의 필력,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져 한 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웰메이드 드라마로 완성됐다.

타임루프 드라마는 한때 유행처럼 쏟아졌다. 대부분 극중 설정을 시청자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전개의 많은 부분을 소비했다. 반면 ‘카이로스’는 한달의 시간 차를 둔 두 주인공이 밤 10시 33분, 단 1분만 전화통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각각의 시간대에 전개되는 사건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또 가족을 잃은 남자와 사라진 엄마를 찾는 여자의 초목표를 뚜렷하게 설정해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억지스러운 강요가 없는 것도 ‘카이로스’의 장점이다. 사건을 끌어가기 위해 타임루프물이 어느 순간 개연성을 상실하는 실수도 지금까지는 비켜갔다. 주인공 외에 누구도 믿을 수 없게 인물들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김서진(신성록) 가족의 최측근이자 친절한 베이비시터였던 정혜경(소희정)의 의문스러운 행동, 한애리(이세영)에게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다시 뒤통수를 치는 임건욱(강승윤), 마냥 좋은 엄마같지만 회차가 진행될 수록 그 정체가 미궁에 빠져드는 곽송자(황정민) 등이 그 예다.

흡인력 있게 스토리를 이끄는 데는 배우들의 열연도 크게 한 몫을 했다. 신성록은 단 2회만에 모든걸 가진 남자가 딸의 납치사건, 아내의 죽음으로 무너져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김서진이 이택규(조동인), 서도균(안보현)을 역추적하기 시작하며 각성한 모습은 사이다를 선사하기도 했다. 이세영은 고단한 현실에 굴하지 않는 공시생을 그리고 있다. 어떤 좌절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한애리가 친구의 배신, 엄마의 실종 그리고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감정선이 쌓여가는 디테일을 유려하게 그려냈다.

지난 10일 방송에서는 김서진, 한애리 사이에 유중건설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김서진의 딸 김다빈(심혜연)과 아내 강현채(남규리)는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은 물론, 서도균과 해외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도균은 계획한 일들이 틀어진 데 대해 골몰하던 중 김서진을 찾아온 한애리를 떠올렸다. 한달 뒤의 김서진으로부터 부탁을 받고 유중건설을 찾아왔던 한애리가 서도균이 있는 자리에서 김진호(고규필)가 김다빈을 납치할 것이라고 소리쳤기 때문. 이에 김서진이 두 번이나 살려낸 한애리는 서도균의 타겟으로 떠오르며 긴장이 고조됐다. 엔딩에는 한애리가 애타게 찾고 있는 곽송자의 죽음을 김서진이 목격하며 과연 둘의 공조가 계속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를 안겼다.

초반에는 사건이 휘몰아치는 탓에 ‘이 탄성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큰 사건들 속 인물과 인물을 연결하는 복선들이 깔려있었다는 점이 서서히 드러나며 본방 사수는 물론, 복습까지 하게 만들고 있다.

시청률 지표에서는 SBS ‘펜트하우스’에 밀린 모양새지만 20~30대가 많이 이용하는 OTT에서는 선전 중이다. 11월 둘째 주 주간웨이브(wavve)에서는 ‘카이로스’가 ‘오! 삼광빌라’를 제치고 3위를 차지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확인시켰다.

사진=MBC '카이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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