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가 코로나19 여파로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른바 ‘살인 일정’이다. 선수들은 3~4일 간격으로 연말 아니 올시즌 계속 경기를 치러야한다. A매치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선수들이 하나둘 쓰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책은 없는걸까.

AP=연합뉴스(바르셀로나 안수 파티)

올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9월에 시작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유럽 시즌이 8월에 끝났고 선수들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상황에서 다시 새 시즌을 맞이했다. 매년 8월에 시작했던 시즌이 9월로 미뤄지자 경기 일정도 타이트해졌다.

EPL 팀들은 리그, 리그컵, FA컵을 기본적으로 치러야 한다. 유럽 클럽 대항전에 나가는 팀은 여기에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를 더하게 된다. 한 시즌에 5개가 넘는 대회를 치르는 것도 죽음의 일정이지만 선수들이 쉴 기간조차 없다는 건 큰일이다.

로이터=연합뉴스(리버풀 반 다이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지난 주말 에버튼과의 리그 경기 후 공개적으로 일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여기에 리버풀 위르겐 클롭 감독도 “살인 일정이 선수들을 잡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1경기 5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EPL에서만 교체카드를 3장 사용하고 있다. 이는 선수층이 얇은 팀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체카드 5장을 사용하면 선수들의 로테이션이 가능해 체력적으로 부담을 덜 수 있다. 잉글랜드선수협회(PFA)는 이에 동의했지만 다른 구단들이 힘을 더해줄 지는 의문이다.

이번 A매치 기간 동안 많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다. 리버풀의 조 고메즈는 잉글랜드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 중 부상을 피하지 못했다. 리버풀은 고메즈, 알렉산더-아놀드, 반 다이크, 파비뉴 등 부상자 만으로도 베스트11을 짤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맨체스터 시티의 나단 아케는 네덜란드 대표팀으로서 스페인과 평가전을 치르다 전반 5분 만에 부상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첼시의 크리스찬 퓰리식도 미국과 웨일스 경기를 앞두고 부상으로 소속팀에 복귀했다.

로이터=연합뉴스(리버풀 클롭 감독,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

하루마다 들려오는 부상 소식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유럽축구연맹(UEFA) 등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특히 UEFA는 유로2021 플레이오프, UEFA 네이션스 리그까지 A매치 기간에 치르게 해 선수들을 혹사시키고 있다. 국가 입장에서는 구단을 배려해줄 만도 하지만 큰 대회가 걸려있는 만큼 선수 차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단 역시 차출 거부 카드를 빼내들며 선수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11일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고 있는 독일 국가대표 토니 크로스는 아인파흐 말 루펀 팟캐스트에서 네이션스리그 등 신설 대회를 비판했다. 그는 FIFA와 UEFA가 수익에 눈이 멀었다며 “선수들이 FIFA, UEFA의 꼭두각시”라고 말했다. 크로스처럼 선수들도 목소리를 더 많이 내야하지 않을까.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축구는 재미있는 축구다.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로 경기 시작부터 부상으로 실려나가고 뛰질 못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면 그만큼 흥미를 잃게 된다. 대회, 경기 숫자는 늘어나고 선수들을 위한 대책은 없고. 이는 ‘선수들 죽이기’와 다름없다. 과연 부상 없이한 시즌을 마칠 수 있는 선수들이 몇 명이나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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