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만의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A매치. 기대와 걱정이 컸던 이번 유럽 원정길이 코로나19로 얼룩졌다. 어렵게 멕시코전을 소화했지만 카타르전도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11월 유럽 원정 A매치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사진=연합뉴스(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14일 대한축구협회(KFA)는 "”FIFA 규정에 따라 13일 오전 1시(한국시각)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권창훈, 이동준, 조현우, 황인범과 스태프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방역 지침에 따라 각자 방에서 격리 중이다. 오후 4시 음성 판정을 받은 전원이 재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최정예가 모인 벤투호 유럽 원정 A매치를 앞두고 들여온 코로나19 확진 소식은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여기에 추가 검사에서 김문환, 나상호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선수는 6명, 스태프는 1명 확진된 것이다. 멕시코전이 끝난 후 권창훈은 소속팀 프라이부르크와 협의해 방역차량을 타고 대표팀을 떠났다.

이번 A매치는 필요했던 일정이었다. 1년여동안 공식 경기가 없었고 KFA도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았다. 스폰서, FIFA의 지원을 받고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A매치를 취소할 수 없었다. 일본도 지난 10월에 이어 다시 한번 유럽 원정을 택했고 공식 경기가 필요하다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요청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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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부터 오스트리아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해진 것도 피할 수 없었다. 적어도 한 달 전부터 상대 팀과의 계약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평가전을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었다. 유럽에선 선수들이 코로나19에 확진되어도 경기를 진행했다. 분명 선수들에겐 위험한 일이지만 경제적인 문제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대표팀 선수들의 확진은 ‘아쉽다’는 말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협회가 “돈 때문에 원정 평가전을 펼쳤다는 시선은 잘못”이라고 한 부분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분명히 문제는 있다. 유럽 원정 추진 등이 문제가 아니라 방역 대책에서 허점을 보인 것이다. 대표팀은 숙소에서 마피아 게임을 하며 여가를 보냈다. 선수들끼리 이 정도의 여가를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방역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도 아니다. 선수들과 코치진들은 출국 72시간 전에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고 아무 이상이 나오지 않아 출국할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두 차례 더 검사를 받았고 귀국 이후에도 한 차례 더 검사를 받기로 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해서는 외부인과 접촉을 최소화하고자 호텔 한 층을 통째로 쓰고 있고 선수단뿐만 아니라 스태프까지 모두 1인 1실을 사용했다. 선수단에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등 방역수칙 준수를 강조하고 숙소와 훈련장, 경기장 이외의 장소로는 절대 이동하지 않도록 단속했다.

사진=연합뉴스(대한축구협회 제공)

깜깜이 코로나에 훈련장이 감염 경로로 떠올랐다. 현지 사진들을 보면 선수들은 외부인에게 개방된 경기장에서 훈련을 했다. 외부인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선수들과 가까운 곳에서 운동을 했다. 방역을 철저히 했다고 하지만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는 훈련장을 사용한 건 의문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 되고 있는 걸 모를 리 없는 협회의 조치가 아쉬웠다.

카타르전까지 치른다면 그 후의 대표팀 일정도 혼잡해진다. 협회는 양성 판정을 받은 선수들을 빠른 시일 내에 귀국시키려고 하지만 10일 동안 자가격리를 마친 뒤 재검사를 받아야하는 상황이어서 오스트리아에 더 머물러야한다. 국내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오스트리아, 국내 방역 당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FC)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이 일정 문제 없이 참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AFC 조별리그는 이번주 주말부터 12월 초까지 카타르에서 진행된다. 조현우는 울산, 손준호는 전북 등 제 날짜에 소속팀에 복귀할 수 있을 가능성은 낮다.

정우영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해 “동료들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선수들 모두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더 이상의 확진자가 나오지 않게 서로 조심해야 한다. 모두 안전하게,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게 잘 하는 것이 목표다”고 전했다. 17일 카타르전이 열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경기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다. 선수들이 아무 탈 없이 돌아올 수 있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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