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 본부장이 만나서 대화를 해라. 이제는 바뀔 때가 됐다”

지난해 ‘2019 SBS 연예대상’에서 방송인 김구라가 전한 소신이 화제가 됐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시상식의 계절이 도래하고 있다. 올해도 역시나, 방송3사 시상식 공동개최는 없다. 연예대상 한정이 아니다. 그나마 연예대상은 간판이라고 내세울 예능이 방송사마다 하나씩은 있지만, 연기대상은 찬바람이 분다.

특히 KBS, MBC는 미니시리즈 성적표가 처참한 수준이다. 시청률 지표는 물론이고 화제성 면에서도 성과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부문 후보도 가늠이 쉽지 않다. KBS는 그나마 꾸준히 30%대를 기록하는 주말드라마와 콘크리트 시청자층이 떠받치고 있는 일일드라마가 있다. 여기에 3사 중 유일하게 단막극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니 구색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MBC는 주말극 잠정 중단 전 마지막 작품이었던 ‘두 번은 없다’가 10%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 빼고는 미니, 주말, 일일 모두 한 자리수다. 과거에는 케이블 채널과 종편 출범으로 시청률 평균이 낮아졌다는 구실이라도 있었지만 벌써 몇해째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물론 MBC도 자체적인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드라마 편성 시간대를 옮기는 등의 대책안을 시행했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 수시로 임시 중단하는 미니시리즈 편성은 백기투항의 느낌마저 든다. 종합 편성의 명분만 유지하려는 게 아니라면 다가오는 새해에는 실효성 있는 대책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공익성이 요구되는 지상파다 보니 시청률이 다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언제까지 시청자를 상대로 하는 방송국에서 실험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지난 한 해 방송된 드라마들이 그 자체로 잘 만들지 못했거나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다수의 시청자를 포용하기에 드라마의 소재나 장르가 너무 한정적이지 않았는지, 편성 시간대 변경이 과연 최우선이었는지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

방송사 입장에서야 시상식은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자리다. 하지만 시상식에 참석한 스타도 올해는 편한 마음으로 편하게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연 올 연말, 연기대상이 ‘축제’라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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