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영화계 시장을 바꿔놓고 있다. 지난 4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후 한국영화들의 넷플릭스행이 계속 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보편화될 현상이 될 것이다.

사진='사냥의 시간' '콜' 포스터

지난 4월 ‘사냥의 시간’은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당시 해외세일즈사 콘텐츠판다와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가 대립했다. 두 회사가 협상을 벌이는 동안 법원은 ‘사냥의 시간’ 해외 공개 금지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콘텐츠판다가 “법원으로부터 콘텐츠판다의 정당한 권리와 의무 수행을 확인 받았다. 이후 최선을 다해 해외 바이어들과의 재협상을 마친 후 상영금지가처분을 취하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사냥의 시간’을 공개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도록 리틀빅픽처스와 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입장을 전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됐다.

‘사냥의 시간’은 한국영화가 극장이 아닌 OTT에서도 공개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계는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CGV, 메가박스에 이어 롯데시네마는 20일 영화관람료 인상 정책을 내놓았다. 극장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수단인 관람료 인상을 한 건 멀티플렉스사가 얼마나 경제적으로 위태로운지 말해준다.

사진='힐빌리의 노래' '맹크' 포스터

과거로 돌아가보면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극장 개봉을 추진할 때 멀티플렉스 업체들은 반발했다. 이에 ‘옥자’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를 제외한 전국 100여개 개인극장에서만 상영했다. 하지만 시대와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넷플릭스 영화들이 멀티플렉스 개봉을 한 경우가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개봉한 ‘힐빌리의 노래’, 지난 18일 개봉한 ‘맹크’는 2주간 홀드백을 두고 멀티플렉스 개봉했다. ‘더 프롬’과 ‘미드나이트 스카이’도 12월 극장 개봉한다.

‘사냥의 시간’에 이어 넷플릭스 직행을 택한 한국영화는 ‘콜’과 ‘승리호’ ‘차인표’다. ‘콜’은 지난 3월 개봉을 앞두고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봉 잠정 연기했다. 한동안 개봉 소식이 없었던 ‘콜’은 11월 27일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차인표’ 역시 내년 1월 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그리고 20일 한국형 SF 대작으로 올해 기대작으로 꼽혔던 ‘승리호’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 주연의 dudgkh ‘승리호’는 제작비 240억이 들어가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해야 했다. 현 상황에서 극장 개봉으로 수익을 내긴 어려워보였다. 지난 여름, 그리고 추석 텐트폴로 개봉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는 ‘승리호’ 개봉을 막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메리크리스마스 유정훈 대표는 “’승리호’는 동일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리즈 영화 및 스핀오프 영상 콘텐츠는 물론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의 IP확장을 전제로 제작된 영화다”며 “현재 전세계에서 대규모 유행인 코로나19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콘텐츠 유통에 대한 기존 환경 및 디지털 사이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후속적인 슈퍼 IP 확장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시장의 높은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반조성을 위해 더 이상 개봉을 연기할 수만은 없다는 판단하에 국내 관객은 물론 전세계 관객들에게 가장 성공적으로 ‘승리호'를 선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넷플릭스를 선택하게 됐다”고 넷플릭스 공개에 대한 배경을 전했다.

넷플릭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승리호’를 전세계 190여개국에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드린다. 넷플릭스와 한국 창작 커뮤니티의 협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적으로 한국 영화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는 현상을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다양한 포맷 그리고 장르의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의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승리호’ 역시 뜨거운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 중 ‘승리호’가 처음으로 넷플릭스행을 택했다. 코로나19로 극장은 어려워졌고 넷플릭스는 기회를 잡았다. 점차 변화하고 있는 영화 생태계가 앞으로 한국영화계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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