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아이콘’ 히스 레저가 다시 돌아온다.
 

2008년 1월, 우리 곁을 떠난 히스 레저의 꿈과 도전, 청춘의 드라마를 그린 다큐멘터리 ‘아이 앰 히스 레저’가 오는 10월 개봉을 확정했다. 언제나 극의 중심에 서서 영화를 명품으로 만들었던 ‘명품 배우’ 히스 레저를 기억하며, 그의 대표 필모그래피를 되돌아봤다.

 

‣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999)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10년 간 9번이나 학교를 옮긴 카메론(조셉 고든 레빗), 전학을 온 첫 날 비앙카(라리사 오레이닉)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하지만 엄격한 비앙카의 아버지는 언니 캣(줄리아 스틸스)이 남자친구가 생겨야만 비앙카의 연애를 허락한다고 못을 박는다. 오만한 독설 덩어리 캣의 연애 상대를 찾아 나선 카메론의 눈에 아웃사이더 패트릭(히스 레저)이 눈에 꼭 들어오는데...

셰익스피어의 명작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각색한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감독 길 정거)는 히스 레저를 하이틴 스타로 발돋움 시킨 작품이다. 다소 반항적이지만, 매력적인 ‘츤데레’ 면모로 뭇 여성들의 심장을 폭행했다. 특히 냉담한 캣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학교 경비에게 쫓기며 ‘Can`t take my eyes off you’를 부르는 장면은 아직까지 회자되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 기사 윌리엄(2001)

 

14세기 유럽의 어느 날, 지붕 수리공의 아들 윌리엄(히스 레저)은 자신이 주인으로 모시던 기사가 마상 창시합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것을 발견한다. 결국 그는 귀족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에 신분을 속이고 출전해 우승을 하게 된다. 이후 그는 기사 울리히를 사칭해 마창대회 최고의 스타로 등극하고, 아름다운 귀족 죠슬린(샤닌 소사먼)에게 첫눈에 빠지게 되는데... 과연 그는 신분상승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기사 윌리엄’(감독 브라이언 헬겔랜드)은 히스 레저가 처음으로 할리우드 단독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갑옷에 나이키 마크가 나온다거나, 기사를 마치 복싱 선수를 소개하듯 하는 신등 센스 있는 유머 코드를 담아내 중후한 중세물이라기보단 유쾌한 스포츠영화로 인기를 끌었다.

 

‣ 몬스터 볼(2001)

 

사형수인 남편을 11년 째 면회해온 레티샤(할리 베리). 하지만 남편은 사형을 당하고, 하나 뿐인 아들은 사고로 쓰러지고 만다. 더 이상 잃을 것도, 버릴 것도 없이 인생의 벼랑 끝에 내몰린 레티샤. 하지만 일하던 레스토랑의 단골손님 행크(빌리 밥 숀튼)의 배려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티샤는 행크가 남편의 사형 집행관이었음을 알게 되는데...

‘몬스터 볼’(감독 마크 포스터)은 할리 베리가 흑인 여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히스 레저는 행크의 아들 소니 역으로 출연,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그는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친하게 지내던 흑인 죄수 로렌스의 사형집행 후 극심한 혼란에 빠지고, 결국 권총으로 자살하고 마는 캐릭터다. 깊은 심리묘사와 ‘남성미’ 넘치던 히스 레저의 섬세한 연기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 네드 켈리(2003)

 

빅토리아 퀸스랜드의 아일랜드계 빈민가정 켈리네 형제들은 영국 경찰들과 잦은 마찰을 일으킨다. 그러던 중 큰아들 네드(히스 레저)가 경찰에 의해 살인미수 누명을 쓰게 되고, 켈리네 형제들은 도주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정부에 대한 깊은 불만을 가지고 있던 그들은 가난한 농부들의 담보 채권을 태워 버리는 등 공권력에 대한 저항과 투쟁을 시작하고, 급기야는 영웅으로 떠받들어진다.

‘네드 켈리’는 19세기 호주의 전설적인 국민영웅 ‘네드 켈리’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그레고 조단 감독이 실제 인물과 꼭 닮은 사람을 찾던 중 히스 레저를 캐스팅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게 된 히스 레저는 멜 깁슨, 러셀 크로우의 뒤를 잇는 ‘호주 출신 스타’로 이름을 떨친다.

 

‣ 브로크백 마운틴(2005)

 

한없이 펼쳐진 푸른 초원 위, 수천 마리 양떼가 장관을 이루는 8월의 브로크백 마운틴. 이곳 양떼 목장에서 함께 일하게 된 스무 살의 두 청년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할). 우정이 깊어갈수록 둘의 감정은 친밀함 이상으로 발전한다. 짧은 방목철이 지나고 헤어졌던 둘은 4년 후에 다시 만나면서 과거의 낯선 감정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2005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브로크백 마운틴’(감독 이안)은 두 카우보이 사이의 사랑을 소재로 해 ‘동성애’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사랑’이라는 절절한 멜로 스토리로 전 세계 영화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히스 레저는 물론, 함께 호흡을 맞춘 제이크 질렌할도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기파 배우로 탄탄히 입지를 다졌다.

 

‣ 다크 나이트(2007)

범죄와 부패로 들끓는 고담시를 지켜가는 배트맨(크리스찬 베일). 그러던 어느 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던 범죄 조직은 배트맨을 제거하기 위해 광기어린 악당 조커(히스 레저)를 끌어들이고, 고담시 전체가 깊은 혼돈 속에 빠져든다. 급기야 배트맨을 향한 강한 집착을 드러낸 조커는 그가 정체를 밝힐 때까지 매일 사람들을 죽이겠다 선포하고 마는데...

‘다크 나이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에서 히스 레저는 조커 역을 맡아 역대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서늘한 눈빛은 물론, 말투와 몸짓 하나하나에서 악한 기운을 뿜어냈다. 이전까지 역대 최고의 조커 역으로 꼽혔던 잭 니콜슨을 넘어섰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이 개봉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1월, 갑작스레 그는 세상을 떠났고, 영화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이 아쉬움이 이어진 2009년 2월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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