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난 범죄를 심판하는 의문의 비밀 조직. 수많은 액션 만화, 영화에서 봐온 설정이다. 잘 만들면 기막힌 카타르시스를 전해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다소 유치하게 비춰질 수 있다. 안타깝지만 '용루각: 비정도시'는 후자에 좀더 가까운 것 같다.

저마다의 이유로 중화요리집 '용루각'에 모인 이들이 악인을 처단한다. 악과 맞서려면 액션을 필수. '용루각'에서는 지일주와 배홍석이 이를 담당한다.

철민 역의 지일주는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며 만화같은 비주얼을 뽐낸다. 맨몸으로 상대를 무찌르는 액션 합이 신선하진 않지만 분명 통쾌하다.

1500대 1 경쟁률을 뚫고 용태 역에 캐스팅된 배홍석도 마찬가지다. 묵직한 동굴 보이스와 탄탄한 근육질 몸매. 거기에 돈과 사랑에 흔들리는 내면 연기까지 선보인다. 사실상의 주인공은 용태인 것 같다. 선과 악을 오가며 고뇌하는 현실적인 면모로 마음을 움직인다.

하지만 눈요기로의 액션을 제외하면 스토리와 캐릭터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예측가능한 서사, 부족한 감정선, 전형적인 인물들의 배경과 성격이 진부하다. 걸그룹 EXID 출신 박정화는 첫 스크린 도전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매력 부족인 캐릭터로 인해 재능을 펼칠 기회도 얻지 못한 듯하다.

의미있는 점은 현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는 점. 이를 깨부수고자 가동한 액션에서 쾌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재벌 2세, 조폭, 갑질, 정경유착 등 국민들을 분노케했던 사건들이 담겼다. 통쾌한 타격 액션으로 이를 해결하니 순간적인 대리만족은 있다.

최상훈 감독은 당초 '용루각'을 1편과 2편으로 제작했다고 밝혔다. 영화 말미 2편을 암시하는 빌런이 등장하기도 한다. 1편과 달리 좀더 심리 서스펜스적인 측면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1편을 본 관객이 2편을 기다리게 될지는 미지수다. 러닝타임 1시간34분, 청소년 관람불가, 12월3일 개봉.

사진=영화 '용루각: 비정도시' 스틸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