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탱고 무용단의 ‘탱고 파이어- 욕망의 불꽃’ 내한공연이 오는 10월28~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클럽이나 뒷골목에서 남녀가 자유롭게 추던 탱고의 기원부터 현대 탱고음악의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끌어올린 탱고의 예술적 지위까지를 망라한 이번 공연에는 다섯 커플의 댄서들이 우아하고 관능적인 춤사위를 펼친다.

공연을 앞두고 프로모션 차 잠시 내한한 마르코스 로버츠(38)와 루이스 말루셀리(34) 부부를 9월 어느 날,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진한 남미남자 분위기의 남편과 안젤리나 졸리를 연상케 하는 시원한 이목구비의 아내가 실내의 공기를 반전시켰다.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한국을 또 찾게 돼 너무 기쁘다. 내한공연을 위해 많이 준비하고 있어서 기대가 된다. 지난번엔 전통적인 탱고를 소개한 느낌이라면 이번엔 출연진, 감독을 비롯해 춤 안의 기술이 많이 달라졌다. 특히 세계적인 안무가 겸 감독 헤르만 코르네호가 매만진 현대적인 안무가 등장할 예정이라 더욱 기대되고 흥분이 솟구친다.”

댄서로 타고난 듯한 몸매가 예술인 남편과 아내는 12년째 호흡을 맞춰오고 있다. 독무보다는 2인무가 주를 이루는 탱고 춤 특성상 남녀 무용수의 80% 이상이 커플이거나 부부다. 두 사람 역시 춤이 선사한 운명의 짝짓기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서로 모르는 사이었는데 발레 탱고에서 만나 6개월째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탱고는 파트너와의 호흡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습, 공연 등등을 따져보면 거의 24시간을 붙어 다닐 수밖에 없다.(웃음)”

마르코스는 8세부터 아르헨티나 민속춤에 입문했고 15세 무렵 탱고를 배워야 할 시기가 다가왔음을 직감했다.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프로페셔널 탱고댄서가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23년째 탱고를 춰오고 있는 셈이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탱고는 배울 게 끝없이 많다. 지금은 내가 어떤 스타일의 탱고를 추고 싶은지는 확실히 알게 됐다. 난 전통적이지만 현대적인 탱고를 좋아한다. 전통 탱고댄스는 일직선처럼 변동이 없고 동작들도 매우 심플하고 깔끔하다. 여기에 현대의 모든 기술을 곁들여서 표현하는 춤을 추구하고 있다.”

루이스는 8세에 발레를 추기 시작했고 14세에 탱고로 터닝했다. “발레는 나를 온전히 한 사람으로 완성시켜주지 못했다”는 그는 탱고를 처음 접했을 때 바로 사랑에 빠졌다. 발레와 탱고는 너무 다르지만 여성 탱고댄서에게 발레 경험은 굉장히 중요하다. 발레의 기본 동작이 탱고에 깔려있는 데다 춤의 라인과 표현에 있어서 기반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마르코스- 루이스 커플은 현지에서 ‘깊이와 힘, 강렬함’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요함 속에서도 관객을 장악하는가 하면 빠르고 강렬한 동작으로 무대를 압도한다. 전통을 추구하면서도 스피드를 부여하는 춤꾼으로 정평이 높다.

탱고의 산실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학교, 길거리, 식당, 클럽 어디에서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탱고를 추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탱고라는 기운 아래서 태어났기에 세계 관객들에게 탱고의 매력을 전하는데 늘 공을 들인다.

 

 

“희로애락의 드라마를 객석에 전달해야 하므로 감정적인 면에 집중한다. 테크닉은 평생의 숙제라 매일 연습한다. 다음으로는 커플과의 커넥션이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커플은 기술적인 부분에 집중하기도 하는데 연기력이 강한 커플을 보면 테크닉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걸 확연히 느낄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게 탱고의 특별한 점인 듯하다. 커플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점이.”

두 사람은 ‘탱고파이어’ 1부와 2부에 모두 출연한다. 1부 공연 ‘나의 사랑 밀롱가’는 기쁘고 명랑하고 전통적인 느낌이 강하다. 의상조차 밀롱가 스타일로 옛날 느낌이 지배적이다. 2부 ‘눈먼 닭’에선 강렬하고 깊은, 두 사람 고유의 스타일을 보여줄 예정이다.

“1부에선 모든 커플들이 춤을 춰 파티 느낌이 날 거다. 커플 둘이서만 무대를 끌고가는 2부에선 강렬하면서 무거운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각 커플들이 갖고 있는 고유의 스타일이 두드러지게 보일 거다. 마지막 부분에선 악기 연주자들과 가수가 다 함께 어우러지며 굉장히 감정이 복받치는 순간을 경험할 거다.”

 

 

마르코스와 루이스는 매일 3~4시간씩 소속 회사 팀과 연습을 하고 커플과 함께 개별 연습을 진행한다. 이후 마르코스는 헬스장, 루이스는 요가를 하면서 각각 근력과 유연성을 키운다. 밤에는 ‘까사 탱고’(큰 레스토랑에서 매일 탱고 공연을 하는)를 한다. 매일 매일이 연습과 공연인 셈이다. 해외 투어는 1년에 4~5개월 정도씩 다닌다. 스케줄이 없을 땐 게임 ‘플레이 스테이션’을 즐기고, 웰빙 요리를 만들거나 사진을 찍으며 지낸다.

“탱고음악이 굉장히 특별해서 음악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 새 안무를 만들어야 할 때 아스토르 피아졸라, 후안 다리엔소, 카를로스 가르델, 로레나 에르모시다의 음악이 굉장한 자극이자 툴이 되곤 한다. 탱고는 나이 들어서도 출 수 있어서 장점이다. 탱고에 대한 열정이 지속하는 한 계속 춤을 추고 싶다.”(루이스)

“아직도 무대에 서기 전에 처음 춤을 출 때처럼 설레고 떨린다. 춤을 너무 사랑한다. 정말로 탱고는 열정이다. 하루 24시간 내내 ‘탱고’ ‘탱고’이기 때문에 웬만한 열정이 없으면 하지를 못하는 게 탱고이기 때문이다.”(마르코스)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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