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에 이어서...

17세 어린 나이에 장애인 엄마를 둔 아들을 연기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에듀케이션’ 현목은 현실을 부정하며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하는 인물이었고 이를 연기한 김준형하곤 접점이 없었다. 하지만 김준형은 2년 뒤 19세가 돼서야 현목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현실과 마주할 그의 20대가 곧 펼쳐질 거니까.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의 배우상’을 공동 수상한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문혜인과 함께 ‘올해의 배우상’을 받은 배우가 17세 아역배우라는 것도 이슈거리였다.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 김준형이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건 그가 가진 힘 때문이었다. ‘에듀케이션’에서 김준형은 현목으로 오롯이 분해 문혜인은 물론, 문혜인이 연기한 성희의 마음까지 움직였다.

“처음 찍은 장편영화인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었는데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올해의 배우상’을 받고 개봉까지 하게 돼 정말 뜻깊어요. 부국제 당시 제가 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눈물을 찔끔 흘렸어요. 제일 행복한 건 부모님한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될 수 있었다는 거였어요.”

‘에듀케이션’은 문혜인과 더불어 김준형을 발견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김준형이 이 영화를 만난 건 마치 운명처럼 느껴졌다. “17세 때 오디션을 봐서 찍은 작품인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그때도 지금도 연기에 대해 잘 몰라서 캐릭터에 공감하기 힘들었거든요. 주변에 현목과 비슷한 인물이 없었죠. 저와 다른 인물이기도 했고요. 촬영을 진행하면서 어떻게 연기할지 감을 잡기 시작했어요. 그 과정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죠.”

현목은 평범한 10대가 아니었다. 몸이 불편한 엄마를 집에 두고 활동 보조 아르바이트하는 성희에게 집을 맡겼고 학교도 잘 다니지 않으며 생활비를 버는 가장이었다. 성희와 가까워지기 위해 온갖 투정과 관심어린 말들을 하며 10대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제가 현목이 되기 보다 현목에 제 옷을 입혔죠. 영화에서도 저의 모습과 말투들이 많이 담겨 있어요. 제 나름대로 열심히 고민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현목은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이지만 김준형의 현실 고민은 입시다. 곧 20대를 앞둔 김준형은 코로나 시국 속에서 대학 입시를 어떻게 잘 마무리할지 걱정했다. 그 걱정은 스트레스가 됐고 김준형의 말에선 ‘입시’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현목과 저의 비슷한 점은 관심을 원한다는 거예요. 저는 누군가의 관심을 늘 원해요. 주변에 사람이 없으면 허전하고요.”

“요즘 입시를 하고 있다 보니 모든 포커스를 거기에 둬야 했어요. 처음엔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는데 주변 친구들도 결과가 나오는 걸 보니 ‘대학 가기 정말 힘들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죠. 인생의 첫 고비이자 새로운 시작인데 말이죠.(웃음) 몸살도 나고 한번은 카페에서 쌍코피가 나기도 했어요. 대학에서 연기를 배우고 싶은데 그 바람이 이뤄질지 걱정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쌍코피를 쏟을 만큼 김준형은 연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우연치 않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연기에 매력을 느꼈다. 이젠 연기가 그의 꿈이 됐다. “처음엔 무대에 서는 아이돌이 꿈이었어요. 열여섯 살 때 부모님이 예고 입학 제안을 하셔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춤, 노래보다 재미있는 건 세상에 없을 줄 알았는데 연기를 하면 할수록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그 뒤로도 포기하지 않고 연기를 배우고 있어요. 지금은 저한테서 연기는 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죠. 정말 잘하고 싶어요.”

입시 걱정으로 가득했던 2020년, 김준형의 10대 마지막은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해 많은 시간을 홀로 보냈어요. 이별 노래를 들으면서 마치 제가 가사 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고 ‘쇼미더머니9’을 보며 랩을 즐기기도 했죠. 오랫동안 배우다가 연기하느라 잠시 내려놓은 피아노도 다시 연주해봤어요. 머리도 길러봤는데 막상 기르고 보니 10대처럼 안 보였나봐요. 명동에 가는데 공무원분들이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하셨어요. 청소년 아닌 것 같다고.(웃음)”

10대에서 20대가 되는 건 인생의 큰 변화를 일으킨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때문이다. 김준형에게 다가오는 2021년은 어떤 해가 될까. “내년에는 연기에 대해 자세히 배우고 싶어요. 조금 높은 꿈을 꾸자면 많은 작품을 만나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으면 해요. 특히 밝은 연기. 제 워너비가 조정석 배우님인데 ‘엑시트’에서 보여줬던 캐릭터,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하셨던 캐릭터 같은 걸 해보고 싶어요. 제가 어떤 배우가 될지, 20대가 기다려져요.”

③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씨네소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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