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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에듀케이션' 문혜인 "불안·두려움 이겨내려는 의지, 성희에 대입하려 했어요"

문혜인. Aka 숲혜인. 그는 발음과 비슷한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는 ‘에듀케이션’(11월 26일 개봉) 성희로 오롯이 분했다. 현실에 좌절하고 다른 사람과 벽을 세운 성희에게선 우울함이 발산되지만 문혜인의 해맑은 표정을 바라보면 그가 어떻게 성희를 연기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에게서 새로움을 계속 보여줄 수 있는 힘이 느껴졌다.

“2년 전에 촬영한 영화인데 더운 여름이었지만 온전히 인물과 영화를 만나기 위해 스며들려고 노력했어요. 처음 개봉하는 저의 첫 장편영화여서 더욱 기대가 되네요”라는 문혜인은 시국의 걱정과 함께 기쁨의 미소도 함께 드러냈다. 그에게 ‘에듀케이션’은 잊지 못할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고 첫 장편영화가 극장에 걸리기까지 했다. 

문혜인은 “수상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라며 “서울로 돌아와서 길을 걷다가 전화 한통을 받았어요. 부산에 다시 내려오라고 하더라고요. 수상 소식을 들으니 감정이 복잡해졌어요. 진짜 미친사람처럼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나왔어요. 저한테 ‘에듀케이션’은 애증의 작품이었어요. 시상식장에 엄마를 초대해서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조금이나마 배우 활동을 하는 딸로서 마음의 부채를 갚은 것 같았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에듀케이션’은 스페인 유학을 꿈꾸며 장애인 활동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는 성희가 편찮은 어머니를 데리고 사는 10대 현목(김준형)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두 사람은 서로의 처지에 닮음을 느끼지만 성희는 거리를 두려고 하고 현목은 관심을 원한다. 성희는 현목처럼 살아왔기에 그의 마음을 잘 아는 듯 보였다.

“첫 장편주연이어서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못나고 약한 성희라는 인물을 잘 표현해 관객들을 설득시키고 싶었죠. 성희는 이 세상이 나한테 불친절한데 내가 왜 사람들한데 친절해야되는지 의문을 가지며 방어하죠. 그가 입은 갑옷을 현목이 조금씩 깨려고 해요. 성희도 현목에게서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을 거예요. 그걸 외면하려고 하지만 현목의 끊임없느 자극에 갑옷에 균열이 일어나죠.”

‘에듀케이션’을 “이상한 영화”라고 지칭한 문혜인은 그 이상함이 일상적이면서 낯설고, 거친데 섬세한 것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에 정답이 없듯 다양한 모습들이 이 영화에 담겼어요. 영화를 쭉 따라가면서 자신과 닮은 감정들을 관객들이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저 역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각박한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밀어내려고 하지만 결국 타인에게 한걸음 다가가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문혜인의 현실은 어떨까. 그는 독립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개성있는 페이스와 연기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역시 성희와 닮은 점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면서 출구없는 터널을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불안과 두려움, 그걸 이겨내려는 의지를 성희에 대입하려고 했죠. 저는 양주에 살고 있는데 혼자 고립된 곳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니 그 시간을 얼마나 나한테 쏟아야하는지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누군가와 연결됐을 때 나눌 수 있다는 게 있다고 생각해요. 저의 다른 면을 끄집어내주는 건 타인이니까요. 스스로 질문해요. ‘어느 정도 거리가 적당한가.’ 이 영화와 맞닿은 지점 같아요.”

본격적으로 독립영화를 찍기 시작한 ‘나가요’부터 ‘한낮의 우리’ ‘혜영’ 등 문혜인은 차근차근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때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는데 내향적이고 부끄럼 많던 저의 다른 모습을 발견했어요. 한예종에 들어가면서 저로부터 출발하는 작업들을 했고 캐릭터와 맞닿은 지점을 접근해갔죠. 독립영화를 찍으며 현실적인 연기를 했고 최근엔 졸업 공연을 했는데 연기를 할 때마다 새롭고 재미있다는 걸 느껴요.”

문혜인은 반전있는 배우다. 진지한 역할을 많이 해 어두울 줄 알았는데 밝은 미소로 상대를 웃게 만드는 마력을 가졌다. 긴 SNS 글, 염색한 머리, 랩을 좋아하는 것까지 문혜인이란 배우는 계속 알게 만들고 싶은 힘을 지녔다. “작년에 번아웃돼 일상을 재미있게 만들고 싶어서 염색을 자주했어요. 염색 때문에 역할이 잘 안 들어올 것 같았는데 작업을 꾸준히 하게 되더라고요. 취미로 랩도 쓰고 비트도 만들어요. 그걸 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워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배우상’ 수상, 올해 ‘에듀케이션’ 개봉까지 문혜인의 ‘에듀케이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팔색조 매력을 지닌 그가 내년에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날지 궁금해진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어요. 연말마다 어떤 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냈는지 정리하는데 올해는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더라고요. 그저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길 바랄 뿐이에요. 내년에도 무사하고 안녕하게 흘러갔으면 해요. 먼 미래를 계획하고 꿈꾸는 것보다 현실에 집중하면서 일과 일상 모두 잘 지켜내고 싶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씨네소파 제공

박경희 기자  gerrard@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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