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종영한 '효리네 민박'은 여러모로 선물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시청자들은 매주 일요일 밤 소박한 행복을 즐겼고, 방송사는 역대 JTBC 예능 시청률 1위(9.995%)란 기록에 웃었다. '효리네 민박'이 남긴 것을 짚어봤다. 

 

 

01. 새로운 형식의 ‘욜로예능’

욜로(YOLO)가 소비 트렌드로 부상한 이후 이를 지향한 숱한 예능이 만들어지고 있다. ‘효리네 민박’은 연예인 부부가 자신의 집을 오픈해 민박집을 운영한다는 콘셉트로 출발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이들(특히 시선에 늘 노출된 연예인들)이 자신만의 공간을 카메라가 아닌 외부인들에게 개방한다는 것이 특별했고, 대중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도 화제성이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은 이 부부가 사는 법을 꽤 많은 부분까지 알게 됐는데, 특히 '집 공개 예능'에 넘쳐나는 PPL 대신 진솔한 민낯이 공개됐다.  

하지만 더욱 눈길을 붙들며 감흥을 지핀 것은 민박집 주인이 된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직원, 손님들과 맺는 관계였으며 교감 속에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대목이었다. 손님들은 이효리 이상순의 일상과 기억 속으로 들어가 한 부분이 됐고, 이들 부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예능의 탄생이다.

 

02. 대방출된 히트 아이템들

제주 열풍을 재점화했다. 이효리 이상순 아이유가 산책, 나들이, 쇼핑으로 들렀던 제주의 곳곳 그리고 손님들이 관광한 곳들이 소개되며 제주의 매력지수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효리가 입고나온 로브 카디건을 비롯해 요가, 타투, 차(茶), 채식, 반려동물, 아이유가 틈날 때마다 읽곤 했던 책들도 서점가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03. 착한여행

즐기기만 하는 여행에서 초래된 환경오염, 문명파괴, 낭비를 반성하고 어려운 나라의 주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정여행’을 표방한 여행예능은 아니었으나 ‘효리네 민박’은 민박집 주인과 여행객들, 손님들의 여행 과정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쏠쏠했다.

현지인(이효리 이상순 부부)의 시간과 경험을 존중해주고 다른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손님들의 태도를 비롯해 짧은 여정이지만 생의 한 페이지에 기록할 추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영업사원팀, 3남매, 노부부, 장거리 연애 커플, 청각장애 혼행자, 쌍둥이 자매, 음대생 절친, 탐험가 선후배 등의 모습은 핫스팟을 찍고 다니며 인증샷을 남기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성비 높은 여행이 될 수 있음을 웅변했다.

 

04. 이효리 이상순 아이유의 재발견 

그룹 핑클 시절부터 예능감이 넘쳤던 이효리지만 '효리네 민박'에서는 그뿐 아니라 40대를 앞두고 더욱 깊어진 그의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무명 한번 없었던 톱스타로서의 삶과 제주생활로 얻어진 통찰력과 깨달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로 작용했다. 그간 이효리의 남편으로 더 유명했던 이상순은 비로소 그만의 편안하고 든든한 모습으로 진면목을 보여줬다. 아이유란 이름 대신 '지은이'로 돌아간 직원 아이유는 새침하고 도도할 것 같다는 편견과 달리 느릿하고 허술한 성격으로 귀여움을 받았다. 

각자의 매력뿐 아니라 세 명이서 함께할 때의 시너지가 굉장했다. 이미 스타의 길을 걸었던 이효리가 현 대세 아이유의 속내를 알아주고 조언하는 모습, 밤이면 시작되는 진솔한 대화들이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05. 또 하나의 음악 예능 

이효리 이상순 아이유가 모두 가수인만큼 '효리네 민박'은 여행을 다루지만 동시에 음악 예능이기도 했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승용차와 집안에서 틀었던 국내외 음악, 아이유가 선곡한 노래들은 리스너들의 귀를 잡아끌었다. 매회 배경음악을 묻는 질문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쇄도했다. 

또 삼남매가 직접 작사작곡, 가창한 '상순이네 민박', 이효리 작곡에 이효리·아이유가 공동 작사하고 이상순이 편곡한 '효리지은송(그녀는 나와 달라)'는 곡뿐 아니라 작업과정이 공개되며 흥미를 돋웠다. 

 

06. 제대로 된 '힐링 예능'

수년 전, '힐링'은 방송가 유행 키워드였다. '효리네 민박'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소박하고 재밌는 모습들을 장면에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피로를 씻어냈다. 

'효리네 민박' 첫 촬영 때만 해도 집안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의식하며 어색해했던 이효리와 이상순은 어느새 일상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결혼 5년차인 두 사람은 실없는 말장난과 진지한 대화, 19금 개그 등을 오가며 '소길리 베스트프렌드'답게 자주 대화를 나눴다. 탁 트인 잔디밭과 나무집, 동물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많은 이들의 '로망'이 실현된 장면이다. 아이유는 "이곳에 있으면 서울 생각이 전혀 안 난다"며 마당을 바라보며 종종 멍하니 앉아있곤 했는데, 잠깐의 '멍 때리기'조차 할 시간이 없는 도시인들에게 반가운 프로그램이었다.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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