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어머니, 할머니…. 드라마는 물론, 영화에서도 비중이 짜디짤 뿐더러 주인공의 가족구성원으로만 머물렀던 중견 여성 배우들이 올 하반기에 활약을 이어간다.

 

당당히 선 위안부 피해자, '아이 캔 스피크' 나문희 

지난 21일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에서 나문희는 제집같이 구청을 드나들며 민원을 넣어, 기피대상 1순위로 꼽히는 '도깨비 할매' 나옥분을 연기했다. 나옥분은 언뜻 괴팍해보이는 겉모습 뒤에 따뜻한 속내가 있는 인물이다. 또 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란 사실을 오래도록 숨겨왔으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당당히 전면에 나서게 된다.

나문희는 '아이 캔 스피크'를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끌고 가는 배우다. 그는 상대배우 이제훈과의 코믹 호흡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물론, 나옥분이 변화하는 과정을 56년의 연기 관록으로 깊이있게 연기해 감동을 안긴다. 더불어 '영어'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만큼 유창한 영어 연기도 펼쳤다.

 

아들을 죽이러 온 엄마, '희생부활자' 김해숙 

김해숙은 '희생부활자'로 파격 연기를 펼친다. '희생부활자'는 7년 전 강도 사건으로 살해당한 명숙(김해숙)이 살아 돌아와 아들 진홍(김래원)을 공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다. 김해숙은 '해바라기' '천일의 약속'에 이어 김래원과 세 번째로 모자 호흡을 맞추는데, 이번엔 정겨운 어머니상 대신 아들에게 살기 넘치는 눈빛으로 칼을 휘두르는 섬뜩한 모습을 연기한다.

김해숙은 '희생부활자'에서 몸을 많이 썼다며, 자신의 연기인생 중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해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개봉을 앞두고 열린 제작보고회에선 "젊은 배우들과 달리 엄마란 굴레에 갇혀서 수많은 엄마를 표현해내야 한다는 단적인 면이 있었다"며 그동안의 아쉬움과 그로 인해 겪었던 연기 고민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10월 12일 개봉.

 

어린아이 같은 아들을 홀로 두고 떠나는 엄마, '채비' 고두심 

'채비'에는 고두심이 출연하는데, 마찬가지로 어머니 역을 맡지만 그의 이야기가 전면으로 다뤄지며 깊은 연기내공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채비'는 엄마 애순(고두심)이 7살 같은 30살 말썽쟁이 아들 인규(김성균)와의 이별을 앞두고 체크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려낸 휴먼 드라마다. 

'채비'에서는 티격태격하지만 서로가 없이는 못 사는 모자로 호흡을 맞춘 고두심, 김성균이 특별한 케미를 보여줄 예정이다. 고두심은 앞서 드라마 '부탁해요 엄마'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도 시청자를 진하게 울렸던 배우로 '채비' 포스터만으로도 눈물샘을 자극한다. 따뜻한 웃음은 물론, 진한 눈물과 감동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2일 개봉. 

사진=각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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