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사랑과 아름다운 음악. 감성을 건드리는 두 가지가 완벽한 상태로 만나니 절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20년 넘게 지탱시켜온 힘인 듯하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꼽추이자 추한 외모를 지닌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욕망에 휩싸여 파멸하는 사제 프롤로의 이뤄지지 못하는 사랑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1998년 프랑스에 초연 이후 전 세계 23개국, 9개의 언어로 공연됐고 1500만명이 넘는 관객들을 사로잡은 명작이다. 한국에서는 2005년 초연됐고 2015년 이후 올해 5년 만에 프렌치 오리지널 팀이 내한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표적인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이야기가 음악으로 이어진다. 그만큼 넘버가 갖는 힘이 크다. 오래도록 음원, 영상으로 듣던 노래를 현장에서 들으면 절로 전율이 인다. 게다가 오리지널인 프랑스어로 들으니 한층 더 황홀하다.

극의 시작을 알리는 그랭구와르의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 콰지모도와 프롤로, 페뷔스가 에스메랄다를 향해 마음을 노래하는 '아름답다(Belle)'는 프랑스어를 못해도 듣는 순간 마음이 동요된다. 두 곡 이외의 다른 넘버들 역시 하이라이트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성스루로 이어지다보니 배우들의 노래실력에 의존하게 되는 바가 크다. 특히 인물별로 배우들의 보컬색이 뚜렷하게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콰지모도 역의 안젤로 델 베키오는 엄청난 성량과 거칠게 긁어내는 목소리로 절규한다. 에스메랄다 역 엘하이다 다니도 허스키한 보이스가 오묘한 매력을 풍긴다. 프롤로 역 로베르 마리앙은 묵직하게, 그랭구와르 역 존 아이젠은 부드럽게, 클로팽 역 제이는 파워풀하게, 페뷔스 역 지안마르코 스키아레띠는 날카롭게 노래한다. 개성강한 목소리를 따로 또 같이 들으니 모든 곡이 끝날때까지 신선하다.

넘버가 워낙 유명한 극이지만 무대 연출도 부족함이 없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상징하는 거대한 세트, 대형 종과 쇠창살, 움직이는 기둥 등이 웅장함을 보인다. 거기에 현대무용, 아크로바틱, 브레이크댄스의 움직임은 시선을 유혹한다. 특히 노래하는 배우와 댄서가 구분된다는 점이 양측면 모두의 퀄리티를 한층 높이게끔 작용한다.

순수한 내면에도 추한 외모로 사랑받지 못하는 콰지모도의 슬픔, 종교적 신념과 인간적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프롤로의 욕망과 질투. 본래 사랑이란 시대와 종교, 외모, 맹세 따위의 것들을 초월하는 것이니 이들의 비극이 더욱 절절하고 아릿하게 다가온다. 극의 배경인 15세기, 극이 쓰여진 19세기, 무대가 펼쳐지는 21세기에도 변함없이 말이다.

한편 이번 공연은 내년 1월17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 홀에서 이어진다. 안젤로 델 베키오, 조제 뒤푸르, 엘하이다 다니, 로미나 팔메리, 다니엘 라부아, 로베르 마리앙, 리샤르 사레스트, 존 아이젠, 제이, 이삭 엔지, 지안마르코 스키아레띠 등이 출연한다.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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