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 게스트’가 극장가에 스릴러風 경보를 울렸다. 지난 21일 개봉한 영화는 동시기 개봉작 중 외화 예매율 1위에 이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또한 CGV 골든 에그지수 99%, 관람객 평점과 네티즌 평점 9점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스릴러 명작으로 손꼽히는 ‘나를 찾아줘’ ‘메멘토’ 등보다 높은 수치다.

 

 

‘인비저블 게스트’는 불륜 연인 로라를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젊은 사업가 아드리안이 3시간 안에 자신의 무죄를 밝히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진실과 직면하게 되는 스토리다. 무엇이 돌풍을 촉발시켰을까.

 

01. 한 권의 고전 추리소설 같은

‘인비저블 게스트’는 밀실 미스터리 살인을 소재로 삼았던 작가 존 딕슨 카, 아서 코난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가스통 르루 등의 퍼즐을 정교하게 맞춰가는 고전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을 안겨준다. 외딴 산악도시 호텔 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고층 아파트 거실에서 일어나는 아드리안과 여성 변호사의 서로를 시험하는 공방은 폐쇄 공간과 어우러지며 긴장을 극대화한다.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 “한 권의 추리 소설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영화”라는 리뷰들이 등장한다.

 

 

02. 오리올 파울로표 웰메이드 스릴러

스페인의 떠오르는 스릴러 거장 오리올 파울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줄리아의 눈’ 각본에 이은 첫 연출작 ‘더 바디’(2014)로 흥미진진한 소재, 스타일리시하면서도 클래식한 감각으로 길예르모 델 토로의 뒤를 이을 감독 칭호를 들었다. ‘인비저블 게스트’는 더욱 탄탄해진 서사, 두뇌 플레이를 자극하는 대사, 속도감 넘치는 진행 그리고 전율을 일으키는 반전 구조를 견고하게 갖췄다. 반전에 '몰빵'하느라 정작 이야기는 앙상한 숱한 스릴러물들과 격이 다르다. 여기에 빛의 음영을 자연스럽게 활용한 조명, 히치콕 영화의 추억에 젖어들게 하는 음향과 편집, 패션화보를 보는 듯한 의상 등 시청각을 사로잡는 영화적 완성도를 장착했다.

 

 

03. 스페인 영화의 묘미

영화의 배경은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바르셀로나다.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로 불리는 아름답고 예술적인 풍광이 눈을 즐겁게 한다. 랜드마크 토레 아그바 등 부감으로 잡아낸 야경에선 현대와 고전의 동거가 초현실주의 풍경으로 펼쳐진다. 산악지역 비에르게의 웅장한 전경은 피톤치드에 온몸을 내맡긴 기분이 들게 한다. 톡톡 끊어지듯 리드미컬한 빠른 스페인어는 신경을 긁는 듯한 영화의 분위기와 대사의 묘미가 중요한 작품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우러진다. 할리우드 영화 편향이던 극장가에 스페인 영화의 매력을 너끈히 전한다.

 

04. 4인4색 명배우 향연

 

 

아내와 딸을 둔 성공한 사업가이자 위선의 가면을 쓴 아드리안 역 마리오 카사스는 스페인 특급 인기배우답게 수려한 외모와 수트발을 자랑한다. 감춰진 진실을 알고 있는 유부녀 로라 역 바바라 레니는 ‘나를 찾아줘’의 로자먼드 파이크를 연상케 하는 소름 돋는 팜므파탈 연기를 시도한다. 승률 100%의 변호사 버지니아 굿맨 역 안나 와게너는 강철여인 캐릭터와 하나가 된다. 스페인 국민배우 호세 코로나도는 사건의 키를 쥔 토마스 가리도 역을 맡아 중후한 연기의 모범답안을 제시한다. 네 배우는 극중 2가지의 상반된 캐릭터를 연기한다. 이를 지켜보는 재미는 그 무엇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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