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의 옛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고즈넉한 동네, 어느 순간부터 힙플레이스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밀려드는 서촌을 화폭에 담는 화가가 있다.

 

옥상에 올라 서촌의 풍광을 담아낸 펜화 작품들로 ‘서촌 옥상화가’ 별칭을 단 신문기자 출신 미술작가 김미경(58)의 세 번째 전시회 ‘좋아서’가 오는 10월10~18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 창성동 실험실’에서 열린다.

5년 전 서촌에서 그는 열병을 앓았다. 0.03mm 펜촉으로 옥상에서 보이는 기와집들을 개수까지 세어가며 그렸다. 첫 전시회 ‘서촌 오후 4시’(2015년)는 이렇게 한없는 설렘과 열기 속에 태어났다.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무르익은 ‘서촌 연애’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자리다. 옥상에서 본 서촌 풍경을 거쳐 동네 안팎에 피어난 꽃을 좇아갔던 두 번째 전시회 ‘서촌 꽃밭’(2015년)을 지나 이제 작가는 서촌과 생활로서의 사랑을 나누게 됐다.

 

인왕산 접시꽃, 2017, 24.5×33.5cm, 펜

낯익은 골목과 집, 올해도 예년처럼 피고 진 꽃과 나무.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 늘어난 만큼 잉크가 닳은 펜촉도 쌓여갔다. 서촌의 풍광에 던지는 시선도 더 깊숙해지고 여유로워졌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지난해 초부터 올 가을에 이르기까지 2년여에 걸쳐 그린 60여 점의 서촌 풍광과 세태, 꽃 그림들을 선보인다. 10여 곳이 넘는 서촌 옥상에서 작업한 30여 점의 ‘서촌 옥상도’ 시리즈 작품들은 초기에 비해 구도가 깊어지고, 선이 자유로워졌다. 그림 크기도 더 다양해졌다. ‘서촌 옥상도’라는 새로운 그림 영역이 한층 성숙한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탄핵 정국 당시 서울 어느 동네보다도 뜨겁게 촛불을 겪은 ‘서촌 격변기’를 담아낸 작품들인 ‘헌법재판소, 봄의 교향곡’ ‘탄핵춤’ ‘춤바람난 서촌’ 등은 서촌 주민이 섬세하게 잡아낸 장면들이다. 그냥 좋아서 그렸던 서촌 꽃 그림들도 이번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 맞춰 작가의 초기작들을 볼 수 있는 작은 전시회 ‘다시 보는 서촌 오후 4시’가 준비됐다.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에서 10월10~31일까지 열릴 이 작은 전시회에는 첫 전시회 ‘서촌 오후 4시’에 나왔던 ‘서촌 옥상도2’ ‘오늘도 걷는다’ 등 대표작 여섯 점을 내건다. 10월28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참여연대 옥상에선 ‘김미경 작가와 함께하는 서촌 옥상풍경 그리기’ 행사가 진행된다.

사진= 헤야 프로젝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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