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몸값'을 통해 충무로 기대주로 올라선 이충현 감독(31). 이후 제작사 용필름에서 영화 '침묵'(감독 정지우)의 각색에 참여하며 장편영화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 준비를 거쳐 자신의 첫 장편영화 '콜'을 세상에 선보였다. 영화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것이 못내 아쉬울 듯하지만 이 감독은 긍정적인 면을 생각하고 있었다.

"관객분들과 최대한 빨리 만나려고 넷플릭스를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사운드나 이런 부분에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해외 관객분들도 동시에 만날 수 있다는건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해요"

지난달 27일 '콜'이 공개되고 관객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지만 감독의 눈엔 여전히 부족한 것들이 많이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첫 작품이니만큼 애정도 클 법하다. 이충현 감독도 "아쉬움은 있지만 최선 다한 것만큼 나온 것 같다"며 첫 데뷔 소감을 전했다.

영화를 통해 선보인 것들 중 가장 주목받는건 전종서가 연기한 사이코패스 살인마 영숙 캐릭터다. 90년대를 살아가는 영숙은 서태지의 광팬이다. 당시를 살았던 이들에게 반가움을 주는 요소가 다수 등장한다. 하지만 이충현 감독은 1990년생. 기껏해야 10년도 안되는 기억을 가진 그가 90년대를 배경으로 택한 건 이유가 있었다.

"90년대가 가진 문화적인 것들이 지금에 비해 훨씬 원색적이라 봤어요. 99년의 세기말적인 분위기도 있고. X세대의 것들이 영숙의 폭주하는 감정과 캐릭터와 잘 맞아서 그 시대를 가져왔어요"

"또 서태지는 X세대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잖아요. 설명할 필요없이 설명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당시 음악들을 보면 저항성,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 폭발적인 힘 같은 것들이 영숙과 잘 어울릴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울트라맨이야'가 가진 비주얼적인 빨간색의 톤. 그것 역시 영숙과 잘 어울릴거라 생각했죠"

이래저래 신경을 쓴 만큼 영숙이란 캐릭터는 영화가 공개되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있다. 천진난만한 모습 뒤에 숨겨진 잔혹함, 악하지만 어딘가 연민을 일으키는 복잡미묘한 매력이 있다. 이 감독도 영숙에 대해 "살인마로 쉽게 정의내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을 가진 인물이에요. 천진난만한 아이같기도 하지만 서연과 통화할때는 흔한 여학생같기도 해요. 질투도 많고 배신감을 느끼면 무서움을 드러내요. 서연 안에도 영숙의 면이 있고 영숙 안에도 서연이 있죠. 영숙의 폭주하는 것들이 누구에게나 잠재된 것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풀어져서 나온 인물이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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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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