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봉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이케와키 치즈루가 분한 조제는 일본을 넘어 국내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영화가 리메이크돼 김종관 감독의 ‘조제’로 새롭게 탄생했다. 한지민은 이케와키 치즈루와는 다른 조제를 만들었으며 그만의 조제 세계로 관객들을 초대하려고 한다.

‘조제’는 출신도, 이름도 불분명한 조제(한지민)가 영석(남주혁)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지민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조제를 연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한편으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캐릭터를 선보인다는 것에 행복해 했다.

“오랜만에 저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차분하고 잔잔한 영화였어요.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조제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불안함이 있었죠. 모호한 캐릭터로 저한테 다가왔는데 김종관 감독님이 빛, 공간, 캐릭터 등이 다 더해져야 조제가 보인다고 말씀하셨고 영화를 보고 그 말이 이해가 됐어요. 정말 조제의 사소한 것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했죠. 그러다보니 조제와 영석의 관계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어요.”

“조제를 연기하는 준비 과정에서 ‘미쓰백’이 떠올랐어요. ‘미쓰백’에서 제가 맡은 캐릭터는 자신이 일부러 세상을 단절하고 살죠. 그 부분이 조제와 비슷하게 느껴져 조제에게도 ‘미쓰백’ 색채가 들어갈까봐 걱정됐어요. 감독님과 조제의 말투, 행동들을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눠 방향점을 찾았죠. 만약 시나리오 봤을 때부터 ‘미쓰백’이 생각났으면 조제를 연기하기 주저했을 텐데 그게 아니었고 제가 좋아했던 원작에 매력을 느껴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어 기대가 됐어요.”

‘조제’의 원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2004년 국내 극장가를 뒤흔들었다. 모든 이가 떠올리는 대표 로맨스 영화가 됐으며 한국에서 리메이크,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다나베 세이코 작가의 원작 소설 또한 큰 인기를 얻었다. 한지민 역시 원작 영화의 팬이기도 했다.

“10년 전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봤어요. 영화가 좋아 파고들다보니 소설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과 함께 제가 캐스팅됐을 때 원작을 다시 볼지, 안 볼지 고민했어요. 저만의 조제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제가 20대 때 이 영화를 봐서 겨울이 되면 생각이 나요. 조제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고 거침없이 표현하는 사랑 이야기도 좋았죠. 다만 ‘조제’는 다른 주제를 담았지만요.”

“김종관 감독님과 예전부터 사석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어요. 감독님 본연의 색이 그동안의 작품에 잘 담아있었죠. 그분 작품에 제가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조제’가 될 줄은 몰랐네요.(웃음) 감독님 시나리오를 보면 지문이 많지 않아요. 그 빈 공간을 제가 배우로서 채워나갈 수 있었죠. 조제의 언어는 신기했어요. 이 인물이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지게 했죠. 조제는 세상에 나오지 않은 인물이고 책으로 경험한 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기 때문에 그 지점들에 익숙해지려고 노력했어요.”

‘조제’는 한지민과 남주혁이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후 다시 만난 작품이다. ‘눈이 부시게’에서도 러브 스토리를 그렸던 두 배우가 ‘조제’를 통해 다시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예비 관객들은 기대를 높였다. 한지민도 남주혁과의 재회를 반가워했다.

“’눈이 부시게’를 끝내고 저는 ‘봄밤’을 촬영, 주혁씨는 ‘보건교사 안은영’을 찍고 있었어요. ‘눈이 부시게’ 팀워크가 좋았고 김혜자 선생님과도 만남을 자주 가져서 소통을 계속 했었죠. 주혁씨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은 배우예요. 제가 누굴 가르칠 입장은 아니지만 연기적으로 이야기한 것들을 잘 귀담아 들어줬어요. 어린 친구지만 성숙한 지점이 있고 여러 방면으로 호기심이 많아 박학다식하다고 느껴졌어요. 오히려 저한테 알려준 것들이 많을 정도로요. ‘조제’ 현장에서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면 서로의 마음을 아는 사이가 됐죠.”

“조제의 할머니로 나오신 허진 선생님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처음 뵀을 때 정말 멋지신 분이라고 느껴졌어요. 저와 주혁씨는 편하게 트레이닝복을 입었는데 선생님은 멋있게 차려 입으시고 현장에 늘 오셨죠. 그런데 조제의 할머니가 된 순간 걸음걸이만으로 캐릭터에 완벽하게 이입하셨어요. 컷 소리와 함께 다시 사랑스러운 선생님으로 변하셨죠. 허진 선생님이 오랜만에 작품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현장에서 행복해 하시고 열정 넘치신 모습에 저도 기뻤어요.”

②에서 이어집니다.

사진=BH엔터테인먼트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