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되며 인파와 차량으로 넘쳐나던 서울 도심이 한산해졌다. 굳이 멀리 나갈 필요가 없다. 여기 서울은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나 홀로 느긋하게 지하철을 타고 익히 잘 알려진 명소나 숨은 핫스팟을 다녀볼 절호의 기회다. 더욱이 교통카드만 있으면 되니 No 스튜핏, 그뤠잇 가을여행이다.

 

 

■ 서울로 7017...4호선 서울역 5번 출구

‘서울로 7017’은 1970년 세워진 서울역 고가도로를 17개의 보행길로 만든 도심공원이다. 남대문시장, 청파동, 중림동, 만리동 방향 등 크게 네 갈래 길로 이뤄졌다. 640여 개의 원형 화분을 따라 아기자기한 전시관, 방방놀이터, 족욕 쉼터 등 생태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이다. 사진은 해질녘 석양을 조명 삼아 서울역과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를 배경으로 하거나 기찻길이 나오도록 찍으면 인생샷을 건진다. 

매일 오후 8시부터는 서울스퀘어 벽면에서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진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걷고 뛰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그림을 파노라마처럼 담아도 좋다. 재미난 사연을 가진 먹거리들도 만나볼 수 있다. 레트로 콘셉트의 디저트 카페 '목련다방'에서 고소하고 진한 '7017미숫가루'와 '유기농우유 아이스크림'을, '수국식빵'에서는 매장에서 직접 구운 식빵으로 만든 '한국식 철판 토스트'와 '공정무역 커피'를 즐길 수 있다.

 

 

■ 필동 미술관...3호선 충무로역 4번 출구

흔히 영화 1번지로 통하는 '충무로'. 정확한 지명은 중구 필동인데 요즘은 영화보다 미술로 더 유명한 지역이다. 이곳의 ‘길거리 미술관’은 천천히 돌아보기에 좋다. 몰래 쓰레기를 버리거나 불법주차하던 버려진 자투리땅이 이렇게 변하게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가로세로 3.3제곱미터 정도, 독특한 관을 자랑하는 8개의 미술관은 남산 한옥마을과 인쇄소가 모여 있는 남산 1호터널 주변에 있다. 

‘모퉁이’는 딱 보기에도 1평인 공간이고, 삼각기둥 형태의 미술관 ‘사변삼각’은 6m 높이의 천장까지 통유리다. 남산 한옥마을 안에 있는 ‘우물’은 목을 빼고 작품을 내려다봐야 한다. 골목마다 설치된 조형물과 벽화 등 ‘열린 미술관’은 30여 개에 이른다. ‘꼬꼬마미술관’(마이크로 뮤지엄)은 모니터로만 볼 수 있는데 13개가 별도로 있다.

 

 

■ 성북동...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한양도성의 북쪽 마을’이란 뜻의 성북동은 서울 최초로 역사문화지구로 지정돼 시간이 멈춘 느낌이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한양도성 성곽길을 둘러본 뒤 그 아래 성북동 골목길로 접어들면 옛 문인들의 숨결이 절로 느껴진다. 만해 한용운이 입적할 때까지 살았던 한옥 '심우장', 시인 조지훈이 32년간 머물던 '방우산장' 옛 집터, 간송 전형필이 지은 '북단장',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 미술관인 '보화각'(지금의 '간송미술관') 등이 있다. 또한 소설가 이태준의 집 '수연산방'은 차 한잔을 마시기에 좋다.

산동네 북정마을에는 최근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어 유니크한 복합문화공간들이 여기저기 자리한다. 골목길 따라 국숫집 9곳이 있는 국수거리는 48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연등을 따라 걷다보면 북악산 남쪽 자락에 자리한 사찰 길상사가 모습을 드러낸다. 원래 음식점이었는데 주인이 무소유 정신을 실천한 법정스님에게 시주해 개원하게 됐다. 조용히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지기에 좋다.

 

 

■ 해방촌...4호선 숙대입구역 3번 출구

해방 이후 해외에서 돌아온 이들과 월남 동포들이 임시 거주하면서 형성된 '서울 남산 하늘 아래 첫 동네' 해방촌(용산구 용산동 1~2가)은 지하철역에서 내려 2번 마을버스를 타면 골목골목을 누빌 수 있다. 해방촌 5거리 신흥시장은 최근 방송인 노홍철의 서점 ‘철든 책방’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시장 한복판 커피전문점 ‘오랑오랑’은 짙은 회색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3층 루프톱이 펼쳐진다. ‘아이브’ 가죽공방은 이탈리아에 온 것처럼 색상과 모양이 독특한 가죽제품들이 즐비하다. 무인가게 ‘4평 학교’는 따뜻한 마을회관처럼 무료로 차를 마시고 인터넷과 복사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외 아워스, 보니스 피자펍, 춘광사설, 카사블랑카, 다모토리, 해크니, 론드리 프로젝트 등 빈티지한 카페, 펍, 식당, 푸드트럭이 보석처럼 박혀있다.

 

 

■ 연트럴파크...홍대입구역 9번 출구

젊은이들의 힙 플레이스로 떠오른 연트럴파크(연남동+센트럴파크)는 2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이 교차하는 홍대입구역에서 나와 조금만 걸어가면 옛 경의선 기차길을 사이에 두고 펼쳐진다. 조용한 주택가였던 연남동이 젊은 예술가들과 창업자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곳은 이색적인 인테리ㆍ액세서ㆍ패션숍, 카페, 레스토랑, 식당, 게스트하우스들이 즐비하다. 일본, 태국, 대만, 베트남,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의 음식들을 판매하는 유명 맛집도 그득하다.

골목골목을 누비며 나 홀로 앨리(Alley) 탐방을 해도 좋고, 연인과 달달한 데이트를 하기에도 제격이다. 항상 사람들로 북젹였던 곳이기에 한산한 추석 연휴에 찾아가 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 9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디저트 카페 '아쿠아쿠'는 아쿠아리움이 콘셉트로, 푸른 실내 인테리어에 귀여운 열대어가 가득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 꼼데가르송길...6호선 한강진역 1,3번 출구

서울 용산구 한강진역 주변에 위치한 꼼데가르송길은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뒤섞여 오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경리단길과 달리 특유의 세련미와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제2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꼼데가르송길 양 옆엔 현대식 조형물과 건물이 줄 지어 서있으며, 한강진역부터 이태원 메인거리까지 이어진다.

한강진역까지 행차했다면 이동식 건물형태인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뮤지션들의 무대를 감상하거나 뮤직 라이브러리를 구경하고,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도 좋다. 최근 새단장을 마친 블루스퀘어는 10만권의 책을 소장한 북파크는 물론,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아트파크', 혼공족을 위한 레스토랑 '솔로스 키친'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인근엔 양질의 국내외 전시가 늘 열리는 리움미술관이 있으니 들러서 문화여행의 마침표를 찍어보면 어떨까. 

 

 

사진 = 서울시, 중구청, 성북구, 아쿠아쿠 인스타그램, 블루 스퀘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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