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최대 할인행사 ‘블랙프라이데이(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주 금요일)', 영국·호주의 ‘박싱데이(12월26일)’ 기간에 상가와 백화점은 북새통을 이루며 길거리는 쇼핑백 행렬이 펼쳐진다.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데 성공한 쇼핑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해로 2회째인 ‘코리아세일페스타’(오는 31일까지)는 지난달 28일 막을 올린 지 6일이 지났지만 ‘국내 최대 쇼핑관광축제’란 슬로건이 무색할 정도로 시들시들하다.

 

 

01. 정부 주도 보여주기식 융복합 축제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내수 진작 차원에서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같은 거대 쇼핑행사를 만들자며 4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어 이 행사를 기획했다. 업체들의 자발적 참여로 대규모 세일행사를 정착시킨 블랙프라이데이 등과 달리 정부 주도 행사다. 그러다보니 '쇼핑'에 집중하는 게 하니라 '한류문화축제' '관광' '엔터테인먼트'를 덧붙였다. 국내 주요 제조업체와 소비자 모두 참여 자체에 탐탁지 않은 눈치다.

정부는 올해 업계 참여 확대를 위해 산업부의 예산만 51억원을 편성하는 등 지난해보다 행·재정적 지원을 크게 늘렸지만 대다수의 제조업체들이 행사 참여를 꺼리고 있다. 업계의 자발적인 의지 없이는 결국 핵심 상품이나 대규모 할인 없는 보여주기식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02. 제조업체 아닌 유통업계 중심 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된 행사 참여기업은 유통 115개, 제조 58개, 서비스 96개 등 총 269개사에 불과하다. 블랙프라이데이에 미국 내 거의 모든 대형 매장이 참여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하다. 문제는 상품을 만드는 제조업체가 아닌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계 위주로 행사가 이뤄지다 보니 할인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통업체가 판매 수수료만 챙기는 유통구조에 기반하고 있기에 주요 유통매장에서 기를 쓰고 할인을 하더라도 '제살 깎아먹기'식 가격경쟁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와는 달리 블랙프라이데이나 박싱데이의 경우 가전, 생활필수품 등 제조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연말 상품 재고처분을 위해서라도 평균 할인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파격 세일을 단행한다. 현지 시민들은 엄청난 할인율에 원하는 제품을 득템하기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서는 투혼(?)을 기꺼이 발휘한다.

 

 

03. 비인기 상품 재고떨이 수준

소비자들 사이에선 고객홍보물(DM)에서 최대 80%까지 할인한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갔지만 높은 할인율의 상품을 발견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많다. 장기 불황 탓에 소비가 위축되자 유통업체들이 수시로 세일(최소 10%에서 최대 50%)을 하고 있기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할인 폭은 평소와 다름이 없다. 일부 비인기 상품 재고떨이에 할인율을 높여 생색만 내는 경우가 있으나 비인기 상품이나 이월상품은 도심, 교외 아웃렛 등지에서 70~80%대 세일이 늘 이뤄지고 있으므로 코리아세일페스타에 메리트를 느끼기가 힘들다. 또한 홍보와 달리 세일 가격은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유통매장이 대부분이라 가뜩이나 낮은 인지도의 행사에 대한 관심을 뚝 떨어트린다.

 

04. 사드·최장 추석연휴 악영향

이런 구조적 문제에 더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 10일에 이르는 역대 최장의 추석 연휴에 따른 해외 여행객 증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소비심리가 악영향을 끼치면서 코리아세일페스타의 흥행 가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코리아세일페스타,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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