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되며 인파와 차량으로 넘쳐나던 서울 도심이 한산해졌다. 굳이 멀리 나갈 필요가 없다. 여기 서울은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나 홀로 느긋하게 지하철을 타고 익히 잘 알려진 명소나 숨은 핫스팟을 다녀볼 절호의 기회다. 더욱이 교통카드만 있으면 되니 No 스튜핏, 그뤠잇 가을여행이다.

 

 

■ 선유도공원…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엔 어디 경관 좋은데 가서 산책이나 실컷 하고 싶은 마음이다. 데이트코스로 유명한 선유도공원은 둥그스름한 선유교와 한강의 넉넉한 물빛, 버드나무·메타세콰이어·단풍나무 등이 우거진 숲과 북한산이 어우러져 선경을 자아낸다. 지하철 2호선 9호선 당산역과 9호선 선유도역에서 내려 도보로 약 15분 정도 걸린다.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쪽이 조금 더 가깝지만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공원 내부에 있는 카페 '나루'에 들려 주전부리와 따듯한 커피 한잔을 즐겨도 좋다. 하지만 음식점은 많 식사나 야식을 원한다면 당산역 근처에서 사 가는게 좋다. 선유도 공원에는 딱히 음식점이 없는 편이고 매점 뿐이니, 식사나 야식을 먹고자 한다면 당산역에서 사가는 게 좋다.

 

 

■ 서촌...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파리바게트 골목이 나오는데 ‘세종마을 음식문화의 거리’다. 안주마을, 계단집, 전대감, 열정감자 등 터줏대감처럼 자리한 음식점·술집이 즐비하다. 방문객들로 늘 바글댄다. 다시 대로변을 따라 걸으면 고풍스러운 우리은행 건물이 나온다. 사잇길로 접어들어 올라가면 서촌의 느린 시간 속으로 입장하게 된다.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을 일컫는 별칭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 청운·효자·옥인·체부·사직동 일대를 뜻한다. 조선시대 사대부 집권세력이 북촌 일대에 거주했다면, 서촌엔 역관이나 의관 등 전문직인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근대에는 화가 이중섭과 이상범, 시인 윤동주 이상 노천명 등의 예술가들이 서촌 주민이었다. 세월을 덧댄 개량한옥이 실핏줄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누비며 이상의 집, 대오서점, 보안여관, 박노수 미술관을 비롯해 갤러리, 공방, 카페, 레스토랑, 숍 등이 눈길을 붙든다. 효자베이커리를 지나 기름떡볶이 냄새가 진동하는 통인시장으로 접어들면 침샘이 절로 자극된다.

 

■ 감고당길&삼청동...3호선 안국역 1번 출구

멋스런 한옥, 분위기 있는 카페... 바쁜 일상을 살아온 현대인들에게 삼청동은 최고의 힐링명소다. 그런 삼청동을 찾아가는 루트는 많지만,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를 나와 풍문여고에서 정독도서관까지 이어지는 ‘감고당길’은 온전한 그곳의 멋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아기자기 소담스런 가게들이 따뜻한 햇살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보기만 해도 여유를 전한다.

대략 15분 정도 걸어 정독도서관을 지나면 삼청파출소까지 이어진 긴 골목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식도락을 책임지는 저렴한 가게들도 즐비하다. ‘삼청화’ ‘미술관 옆 돈까스’ 등은 이미 잘 알려진 저렴 맛집이다. 에디터가 추천하는 맛집은 금융연수원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만날 수 있는 수제비 집과 길 건너편의 콩국수 집이다. 배를 채우고 난 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방향이나, 삼청공원 방향으로도 호젓한 산책을 이어가거나, 셀 수 없이 많은 디저트 카페나 전통 찻집 투어를 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 경리단길9호선 녹사평역 2번 출구

녹사평역 2번 출구로 나와 느긋하게 10여 분 정도 올라가 왼쪽으로 꺾으면 세계 각국의 이색적인 음식점과 예쁜 카페가 어우러진 경리단길이 나온다. 빈티지와 모던이 공존하고 동양과 서양이 한 곳에 머무른다. 여러 나라의 전통 음악이 흘러나오는 거리를 걷다 보면 현실에서 벗어나 짧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반려견이 있다면 하얏트 호텔 부근까지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스핀들 마켓'을 들러 보자. 멋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이곳은 한 사람당 최대 두 마리의 반려견과 동행할 수 있다.

 

 

■ 망리단길...9호선 망원역 2번 출구

9호선 녹사평역에서 응암 방면으로 여덟 정거장만 더 가 망원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망원동의 경리단길, 망리단길을 걸을 수 있다. 망원역에서 망리단길로 가는 400m의 길은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들로 채워져 눈이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다. 파스타와 스테이크, 맥주, 커피를 파는 가게들이 모퉁이마다 골목마다 분위기를 밝힌다. 단독 주택을 개조한 식당은 세련미로 손님을 유혹하고,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은 전통적인 매력을 한껏 뽐낸다. 전혀 다른 두 가지 분위기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게 망리단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사진 = 한국관광공사, 스핀들 마켓 인스타그램,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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