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은 8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VEB 아레나에서 끝난 러시아와의 친선 A매치 평가전서 2-4로 완패했다. 경기 내내 끌려 다닌 패배였다. 내용은 물론 결과까지 형편없이 나온 만큼 대표팀에 쏟아질 비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1. 여전한 수비불안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로 거론 돼 온 수비 불안이 이번에도 참담한 결과를 불렀다. 신태용 감독이 추구하는 ‘닥공’도 어느 정도 수비에 대한 신뢰가 있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경기 전 신 감독은 "선수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변형된 포메이션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말해 이날 경기에 대한 관심은 더욱 수비진에 쏟아졌다.

이번 경기에서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이청용(크리스탈 펠리스)이 좌우 윙백으로 나섰고 권경원(텐진 콴잔), 장현수(FC도쿄), 김주영(허베이 화샤 싱푸)이 3백으로 나섰다. 변화를 기대했지만, 시작부터 다소 어색한 포지션이 눈에 띄었던 수비는 결국 전반 막판 코너킥 상황에서 첫 실점을 당했다. 김주영과 김영권이 표도르 스몰로프에 대한 마크를 놓치면서 벌어진 실수였다.

 

#2. 김주영 ‘자포자기’ 태도, 정신력 논란 심화

후반에 들자마자 수비수 김주영은 두 차례나 자책골을 기록했다. 두 번 모두 불가항력적이었다. 후반 10분 첫 번째 상황은 코너킥 상황에서 몸에 맞고 골로 연결됐고, 11분에 벌어진 두 번째는 수비를 위해 뻗은 발에 맞아 굴절된 공이 어이없이 자책골을 헌납했다. 불과 100초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김주영은 자책골 이후 프로답지 못한 태도로 일관하며 더 큰 비난을 받았다. 연달아 두 번의 자책골을 기록한 게 의욕을 떨어뜨릴만한 실수이긴 했지만, 최소한 국가대표 타이틀을 달고 그라운드에 선 선수가 마치 자포자기라도 한 듯 경기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결국 경기 종료까지 김주영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고 만회의 여지조차 생기지 않았다. 이는 최근 월드컵 최종예선 당시 “투지가 없다”는 정신력 논란을 더 심화시키고 있다.

 

#3. 공격도 부족

신태용 감독은 경기 전 “축구는 골로 말한다”며 공격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월드컵 최종 예선 당시 지지부진했던 공격 전술에 대안을 찾은 듯한 발언에 대중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날도 결정력 부진은 여전했다. 권창훈(디종), 손흥민(토트넘) 등이 스피드를 앞세워 다양한 찬스를 만들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물론 전술 변화는 눈에 띄었다. 크게 달라진 형태 중 하나는 에이스 손흥민이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그라운드 곳곳을 자유롭게 누비며 공격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프리롤’은 손흥민에게 어색한 옷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지 못했고, 러시아의 탄탄한 압박에 묶이며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4. 돌아온 이청용, 유일한 볼거리

반면 이청용에 대한 우려는 말끔하게 해소됐다. 신 감독은 이날 이청용을 3-4-3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백으로 선발 출전시켰다. 신태용호나 이청용 개인에게나 대단히 생소했던 선택이었다. 이청용은 주로 2선 측면을 봤고 간혹 중앙도 커버해 온 선수다.

하지만 이청용은 쉽지 않은 미션을 믿음직스럽게 수행했다. 전반전만 하더라도 다소 조심성 짙은 플레이로 수비 밸런스에 초점을 맞추는 듯 싶었지만, 후반엔 달랐다. 이날 후반 41분 권경원의 득점을 도왔다. 이청용이 크로스를 날카롭게 올리자 권경원이 문전으로 달려들면서 헤더를 성공시켰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청용은 후방에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에게 날카로운 땅볼 패스를 연결, 추가점을 도왔다. 오랜만에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자신에게 걸려 있던 여러 우려들을 단숨에 해소시키는 장면이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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