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계춘할망’(5월19일 개봉)이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영화는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들이 맹위를 떨치고, 스릴러와 호러물이 날선 긴장을 안겨주는 극장가에 제목처럼 따뜻한 기운을 전합니다. 객석 여기저기선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스멀스멀 떠오르는 물음표와 느낌표 5가지를 탈탈 털었습니다.

 

1. ‘인어공주’랑 닮았나?

제주도, 해녀란 소재는 2004년 전도연 박해일 주연의 ‘인어공주’(감독 박흥식)를 생각나게 한다. ‘인어공주’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판타지 로맨스 틀에서 딸 나영이 풋풋한 스무 살 엄마 연순의 첫사랑에 조력자로 나서는 과정을 담았다면, ‘계춘할망’은 할머니와 손녀의 넘사벽 사랑을 그려간다. 12년 전 서울 시장통에서 헤어진 손주와 재회하게 된 나이 든 제주해녀와 할머니를 추억하는 손녀 혜지(김고은) 이야기는 20여 년의 시간을 관통하며 숙성한다.

 

2. ‘시크 그레이’ 윤여정의 할망?!

도회적인 이미지의 윤여정이 주름살이 깊게 팬 노해녀, 헌신적인 할머니 역에 어울릴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어색함이 없었다. 연기를 스마트하거나 관록 있게 잘 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진정성이 여실히 느껴져서다. 과하지 않은 제주 사투리 구사부터 신파로 흐르기 쉬운 연기를 적절히 절제하며, 그녀만의 쿨한 매력까지 슬쩍슬쩍 찍어내며. 특히 12년 전후 노역의 변화, 치매 상태에서의 디테일한 혀굴림은 놀라울 정도다.

“세상살이가 힘들고 지쳐도 온전한 내 편 하나만 있으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 내가 니 편 해줄 테니 너는 너 원대로 살아라”란 대사는 윤여정이었기에 더욱 위안이 됐다.

 

3. 장르영화에 능했던 창감독이?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으로 공포영화 ‘고사: 피의 중간고사’, 액션 스릴러 ‘표적’을 연출하며 속도감, 현란한 카메라워킹을 자랑했던 창 감독의 작품이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잔잔하고 순도가 높다.

'계춘할망'은 늦둥이로 태어나 할머니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만큼 나이 든 엄마를 뒀던 그가 시나리오 극작과 강의를 나갔다가 한 학생이 졸업작품으로 낸 트리트먼트를 읽고 어머니를 생각하며 쓴 시나리오다. 창 감독은 “아무 이유 없이 무한한 사랑을 주는, 소중한 사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고 전했다.

4. 절로 힐링이 되는 그림!

오프닝부터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쪽빛 바다와 산호초, 노란 유채밭, 녹색의 오름과 숲 등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그 자체로 ‘힐링’의 정서를 발산한다. 빛이 일렁이는 바다 속을 유영하는 할머니와 손녀, 김고은이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로 그리는 초상화와 풍경화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5. 화려한 조연 어벤저스!

양익준 김희원 류준열 최민호(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한류그룹 샤이니 최민호가 혜지를 쫓아다니는 소꿉친구이자 모범생으로 출연한다. “나한테 왜그래?”란 혜지(김고은)의 물음에 “예쁘니까”란 대답을 하자 객석엔 폭소가 터진다. (니가 더 이쁘거든!). ‘대세’ 류준열이 혜지를 괴롭히는 불량 청소년, ‘똥파리’의 배우 겸 감독 양익준이 자유분방한 미술교사로 등장해 잔재미를 준다. 징그럽도록 악역을 잘 해온 김희원은 푸근한 삼촌으로 변신해 흥미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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