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견우가 돌아왔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감독 조근식 개봉 5월 12일)가 2001년 엽기 신드롬 이후 다시 관객을 찾는다. 소심하고 착한 남자 견우(차태현)만 그대로 남기고 여주인공부터 설정까지 대부분이 교체됐다. 중국에서 건너온 그녀(빅토리아)와 신접을 차린 견우 이야기는 대륙공략의 신호탄일까, 중국버전의 새 영화일까. 

 

1. 단 맛 
성공한 1편의 속편은 대개 전작의 성공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영화사상 전에 없던 ‘깡이 넘치는 엽기 캐릭터’를 탄생시킨 바 있는 1편에 이어 이번엔 사랑스러움을 배가했다. 무대에서만 보아온 빅토리아의 통통 튀는 매력이 고스란히 담긴다. 견우를 잊지 못해 한국에 찾아오고, 적극적으로 결혼에 성공한 뒤 야무지게 내조한다.  
영화는 꼬마 견우가 삼촌을 따라 한국에 온 중국소녀와 첫사랑을 나누다 헤어지고, 훗날 해후해 결혼에 골인하는 골개다. 전편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새 이야기를 써내려간 점에서 과감한 선택이다. 알콩달콩한 신혼모드가 코믹하게 이어져, 볼거리도 풍성하다. 

 

2. 쓴 맛 
차태현과 빅토리아의 사랑이야기에 청년실업, 직장 내 차별 등 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절박한 현실을 버무렸다. 전편이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2편은 직장과 결혼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코믹한 설정과 쌉싸래한 현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뭉클할 타이밍을 자꾸 놓친다. 빅토리아의 부자연스런 한국어연기가 내내 귀여울 순 없다. 
유네스코 지정 관광도시 웨이하이부터 차마고도까지 통 크게 대륙을 넘나들며 촬영했지만 정작 영화는 가볍고 짜임새는 엉성하다. 남녀의 사랑에 밀도있게 접근해 코믹과 로맨스를 둘 다 챙겼던 1편에 비해 아쉬운 지점이다. 

 

3. 매운 맛 
영화는 한중 합작 프로젝트로 지난달 22일 중국에서 먼저 개봉해 순항 중이다. 제작보고회에서 7억2000뷰를 달성하고 각종 온라인 차트 영화 기대지수 1위를 석권하며 개봉 전부터 달궈진 열기였다. 전편에 대한 만족도와 속편의 기대감은 차태현과 조근식 감독의 재회로 시너지를 이룬다. 
차태현을 중심으로 빅토리아가 중국 관객을 겨냥한다면 송옥숙, 배성우, 최진호가 고수의 내공으로 한국적 스토리텔링을 전달한다. 조연이지만 정작 현실적인 에피소드는 이 셋으로부터 나온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 중인 열도 미녀 후지이 미나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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