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두유산업의 선구자인 정식품 창업주 정재원 명예회장이 9일 별세했다. 향년 100세.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은 국내 두유의 시초인 ‘베지밀’을 개발한 인물로, 그는 모유·우유를 소화하지 못해 죽어가는 아이들을 위해 두유를 개발했다. 1964년 아기들의 치유식 개발을 위해 콩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후,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하고 현재까지 약 50년 이상을 콩 연구에 몰두하며 한국 두유 산업 성장에 큰 업적을 남겼다.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고인은 홀어머니 아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공부해 19세 나이에 최연소로 의사검정고시를 합격했다. 1937년 명동의 성모병원 소아과에서 재직하던 시절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의사로서의 죄책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사망 원인을 찾고자 44세에 유학을 결심했다.

영국 런던 대학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 메디컬 센터 등을 거치고 만 5년 간의 유학 생활을 하며 공부하던 끝에 아기들의 사망 원인이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정상적으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고인은 1966년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이용해 만든 선천성 유당불내증 치료식 두유를 개발해 식물성 밀크(Vegetable + Milk)라는 뜻의 ‘베지밀’로 명명했다.1966년 제 1회 발명의 날 대법원장상을 수상했으며, 국제적으로도 평생 콩 연구에 일생을 바친 공로를 인정 받아 1999년 국제대두학회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고인은 1973년 정식품을 창업한 이후, 좋은 식품을 만들어 인류 건강에 이바지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연구개발(R&D) 부문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기업의 이윤추구 보다는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의 개발과 공급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또한 고인은 “누구든 공부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1984년 ‘혜춘장학회’를 설립해 지난 33년간 약 2350명에게 21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도 했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2일이다. 

 

사진 = 정식품 제공

저작권자 © 싱글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