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느 때보다 극장가가 힘들었던 한해. 반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호황을 맞이했다.

2019년 국내에 상륙한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을 시작으로 올 한해 ‘인간수업’, ‘스위트홈’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완벽하게 뿌리를 내렸다. 토종 OTT 왓챠는 독점 콘텐츠 시리즈인 익스클루시브로 호응을 얻었고,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 등으로 플랫폼의 경계를 허물며 시청자를 확보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1년에는 미국 최대 콘텐츠제작업체인 디즈니의 OTT인 디즈니 플러스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다. 그간 넷플릭스, 왓챠로 대두되던 국내 OTT 시장에  함께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OTT 시장의 성장은 일찍이 예견된 일이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이 시기를 앞당겨 온 것. 특히 극장 개봉을 울며 겨자먹기로 포기하게 된 영화들이 OTT행을 선택하는 등 ‘선 개봉 후 서비스’의 개념마저 전복되고 있다.

 

▲ ‘킹덤2’로 시작하고 ‘스위트홈’으로 마무리한 넷플릭스의 2020년

올 한해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시리즈로 ‘킹덤2’, ‘보건교사 안은영’, ‘나 홀로 그대’, ‘인간수업’, ‘스위트홈’를 선보였다. ‘킹덤2’로 포문을 열고, ‘스위트홈’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2021년에는 ‘오징어 게임’, ‘무브 투 헤븐’, ‘언더커버’, ‘고요의 바다’,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 ‘지금 우리 학교는’, ‘D.P 개의 날’, ‘지옥’, ‘안나라수마나라’,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킹덤: 아신전’ 등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 오리지널 시리즈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넷플릭스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지점이다. 여기에 데이비드 핀처 ‘맹크’, 론 하워드 ‘힐빌리의 노래’ 등 거장 감독들의 넷플릭스 행도 OTT 발전에 한 몫을 했다. “다양한 문화를 뛰어 넘는 이야기를 개인에 최적화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라던 넷플릭스의 목표는 팬데믹 시대 콘텐츠 소비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이 결과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올해 3분기 신규 유료 가입자가 220만명 증가했다. 이 중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하는 아태지역 신규 가입자가 4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내에서의 비약적인 발전은 2019년 말부터 CJ ENM, 스튜디오드래곤, JTBC 등과 콘텐츠 파트너십을 맺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5년 이후 5년간 콘텐츠 공동 제작 등에 7억달러(한화 약 797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한국에 투자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쳐온 것도 성공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 왓챠, 견고하고 탄탄해진 콘텐츠 라인업…’넷없왓있’ 정면승부

왓챠는 총 360억원 규모로 시리즈D 투자를 최종 마무리했다고 21일 밝혔다. 시리즈D는 지난 7월 190억원 규모로 1차 투자가 진행된 데 이어, 예정됐던 170억원 규모의 2차 투자금 납입도 모두 완료돼 총 누적 투자액 590억원을 돌파했다. 그간 콘텐츠 ‘제공’에 힘을 기울여왔던 왓챠는 이제 제작으로 운신의 폭을 넓힐 준비를 마친 모양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폐쇄적인 환경이라면 왓챠는 그간 콘텐츠 확보에 주력해왔다. 독점 콘텐츠인 익스클루시브로 웰메이드 작품을 국내 시청자들에게 소개했다. 최근에는 국내 OTT 최초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세계적인 OTT 기업 넷플릭스를 상대하는 왓챠의 지략도 눈길을 끈다. 왓챠는 ‘넷없왓있’(넷플릭스에는 없고 왓챠에는 있는) 카테고리를 마련하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2021년부터는 왓챠도 오리지널로 시선을 옮긴다. 기존의 콘텐츠 강화 골자를 이어나가되 자사의 IP(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디즈니플러스→애플TV, 진짜 전쟁은 이제 시작

앞서 한국어 번역 물량을 늘려온 디즈니 플러스는 ‘간보기’를 끝내고 국내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미 이통3사는 디즈니 플러스 제휴를 추진하는 등 ‘콘텐츠 공룡’ 모시기에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을 품고 있다. 사실상 국내 관객이 접해온 대부분의 할리우드 대작을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즈니 플러스는 서비스 시작 1년여 만에 유료 가입자 수 8600만명을 돌파했다. 넷플릭스가 먼저 국내 시장을 선점했지만 안주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애플TV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국내 출시 계획을 뚜렷하게 밝힌 바 없지만 오리지널 콘텐츠에 한국어 자막을 추가했다. 또 '미스터 로빈', '파친코' 등 한국 콘텐츠도 제작 중이다. 애플TV는 내년 상반기에도 국내 제작자 및 배우와 미국 현지에서 미팅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시기는 불투명하지만 오리지널 제작은 한국 진출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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