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 지나면 가정간편식 시대가 온다"

1990년대 초, 이재현 회장의 경영 주문이다. 이 회장의 예언과 어긋남 없이 현대인들의 식탁에 가정간편식(HMR)이 한 귀퉁이씩 차지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11일 오전,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CJ HMR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국내 HMR 시장의 전망과 CJ제일제당만의 차별화된 HMR에 대한 발표가 끝난 후 CJ제일제당의 제품들로 꾸려진 시식과 식사시간이 주어졌다.

 

 

먼저 CJ제일제당의 HMR 대표 브랜드 고메, 햇반, 비비고 제품들의 시식이 진행됐다. 열띤 프리젠테이션이 펼쳐지는 동안 시식 음식들은 차갑게 식어 있었지만 빛깔만큼은 화려했다. 먼저 시식을 한 고메 브랜드 코너에선 '토마토 미트볼' '순살 크리스피 치킨' '함박스테이크' '고로케' 등의 제품들을 활용한 음식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시식용으로 마련된 유린기는 크리스피 치킨으로 만들어졌다. 시중에서 팔고있는 샐러드 소스를 버무려 쉽게 만든 듯했지만, 집에서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HMR 제품치고는 바삭바삭한 맛이 살아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햇반 코너에선 '2017 대한민국 일류브랜드 대상'에 빛나는 '햇반 컵반' 제품들로 즐비했다. 집에서 먹는 밥이 늘 그리운 현대인들에게 호평 받고 있는 '고추장나물 비빔밥' '강된장보리 비빔밥' 등의 제품들이 동글동글 뭉쳐 귀여운 스푼들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아는 맛인데다 수차례 사먹은 제품들이지만, 저렇게 마련돼있으면 또 먹어보고 싶은 게 사실이다. 햇반 컵반의 강점은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간이 딱 적당하다는 점 같다. HMR 제품으로 편안한 맛을 제공하는 건 실로 놀라운 기술력이다.

 

마지막으로 비비고 코너에 들어섰다. CJ제일제당의 자랑인 '비비고 만두' 시리즈는 기존에 즐겨먹던 상품이다. 시식용으로 마련된 만두들은 별도의 요리 과정 없이 그저 튀기고 쪄낸 것들을 내놨지만, 업계 1위 상품인만큼 그 맛만큼은 위풍당당했다. 

이 코너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비비고 제품들을 활용한 '한상차림' 메뉴들이다. 비비고에서 개발한 '바싹불고기' '닭볶음탕' '돼지갈비찜'을 주메뉴로 내세우고, '곤드레나물밥' '설렁탕' '육개장' '배추김치' 등으로 부메뉴를 채웠다. 점심 시간인지라 너무 배가 고파 입맛을 다시고 있으니, 저 뒤에서 식사 시간에 양식과 한식 중에서 고르면 이 세 메뉴와 비슷한 식사를 내어준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인이라면 밥심이다. 당연히 한식을 고를 생각이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다른 기자들은 고메 제품들로 구성된 양식 메뉴를 택했지만 나는 꿋꿋이 한식을 외쳤다. 곧 테이블에 '비비고 한상차림' 식사가 도착했다. 새빨간 육개장, 언양식 바싹 불고기, 모듬전, 배추김치, 파김치, 직화구이김 등 비비고 제품들로 한 상을 차린 것이었다. 밥도 햇반이고, 후식으로 쁘띠첼 그린티 푸딩을 껴주기까지 했다. 

이러한 상을 앞에 두고 있으니, 정말 가정간편식만으로도 푸짐한 식사가 가능한 시대가 오긴 왔구나 실감이 나는 거다. 아무런 언질도 없이 이런 밥상을 내어준다면 가정간편식이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먹게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먹기엔 간편하더라도 빈약한 비주얼 때문에 간편식은 꺼리게 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시식 코너에서 열심히 빨빨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주워먹은 탓에 한상차림을 다 해치우진 못했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맛을 보았다. 가장 커다란 감탄을 불러일으킨 건 육개장이었다. 비비고 육개장은 건더기도 알찼고 매콤함도 적당히 살렸고 국물맛도 진했다. 올해 매출만 100억원을 넘어섰다는데, 굳이 밖에 나가지 않고도 2~3분만 끓여 이 정도의 육개장을 먹을 수 있는 거라면 단연 간편식을 택하겠다. 

 

설명에 따르면, 이날 선보인 모든 제품들은 소비자들이 10분 이내에 식사 준비를 마칠 수 있게끔 조리 시간 단축에도 많은 기술을 투자했다고 한다. 워낙 바쁜데다 끼니 떼우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반찬 한두개, 혹은 달랑 국 하나 꺼내 먹는 추세를 생각해보면 간편식이 직접 요리해먹는 라이프스타일보다 훨씬 경제적일지도 모른다.

한편 이날 'CJ HMR 쇼케이스'에서 CJ제일제당 측은 "20년 후를 내다볼 수 있는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재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HMR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며 가정간편식 사업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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