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 리스트'로 유명한 오스카 쉰들러 외에도,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들을 도운 이들이 있었다. '주키퍼스 와이프'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동물원을 운영하던 자빈스키 부부가 300명 이상의 유대인을 숨겨준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안토니나(제시카 차스테인)와 얀 자빈스키(요한 헬덴베르그)는 동물들을 자식처럼 돌보는 동물원 주인 부부다. 이들 부부와, 동물을 품종개량의 대상으로 보는 독일 동물학자 루츠 헥(다니엘 브륄) 간 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쟁과 함께 유대인 친구들이 위기에 처하자, 안토니나와 얀은 이들을 돕기 시작한다. 처음엔 친한 친구 한 명만을 숨겨주다, 보다 과감한 방법을 택한다. 부부는 돼지 사육에 남은 음식물이 필요하다며 게토에 접근하고, 쓰레기 트럭에 유대인 포로들을 숨겨 탈출시킨다. 전쟁통에 살해된 동물들로 텅 비어버린 동물원에, 대신 사람들이 머무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피아니스트'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등 홀로코스트 영화들이 유대인들의 참혹한 과거를 고발했다면, '주키퍼스 와이프'는 부부가 기울인 노력을 조명했다. 잔인한 장면 대신 비교적 담담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영화가 진행돼, 기존 홀로코스트 영화를 생각했다면 다소 밋밋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따뜻한 휴머니티는 물론, 동물들과 교감하는 장면을 통해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다.  

 

 

'주키퍼스 와이프'가 색다른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그동안 홀로코스트 영화들은 대부분 남성 캐릭터 중심으로 구성됐고 만들어졌지만, 이 작품은 제시카 차스테인이 제작, 주연을 맡았다. 페미니즘 이슈에 꾸준히 발언해왔고 동물애호가로 알려진 그의 출연이라 더욱 뜻깊다.

덕분에 안토니나가 여성으로서 겪는 아픔이 자세히 그려진다. 안토니나는 유대인들을 돕는 조력자이지만, 비밀을 들킬까봐 두려운 것 외에도 고통받는 이유가 또 있다. 안토니나는 집에 자주 오가는 헥의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서, 그가 불쾌한 스킨십을 하며 접근하는데도 밀어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그는 스스로 고통스러운 것은 물론, 남편과도 갈등을 빚는다. 

안토니나는 연약하나, 동시에 강인하다. 큰 위험을 감수하고 유대인들을 돕는 안토니나의 굳센 모습은 위대하게 다가온다. 최근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짐에 따라 더욱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코끼리, 낙타, 원숭이, 돼지 등 동물들의 귀엽고 따스한 모습도 특별한 볼거리다. 참고로 부부가 실제로 유대인들을 숨겨줬던 바르샤바 동물원은 지금도 운영 중이다. 러닝타임 2시간6분. 12세 관람가. 12일 개봉.

 

사진=영화사 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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