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15일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화제의 중심에 섰다.

 

 

올해로 22회째를 맞은 부산 국제영화제는 묘한 모습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다이빙벨’ 상영 이후 불거진 영화제에 대한 외압과 독립성 훼손에 대한 항의 표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3개 영화단체의 보이콧이 이뤄지고 있다. 또한 조직위원회 내홍, 영화인 블랙리스트 등 갖가지 진통으로 인해 ‘영화인들의 활력’은 떨어진 양상이다.

반면 75개국, 300여 편의 초청작들이 상영되는 극장과 무대인사, 관객과의 대화 행사장에는 관객들로 가득 채워지며 활력이 감돈다. 양극단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대통령이 속칭 현장에 ‘떴다’. 배우들의 무대 인사를 듣고 영화를 관람한 뒤 영화전공 대학생, 영화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연이어 진행했다. 이어 "정부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과거 위상으로 되살리겠다"며 "정부도 시도 힘껏 지원하되 운영은 영화인에게 맡기면서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 문 대통령은 "부산영화제가 기적같은 성공을 거둬 빠른 시간 내에 세계 5대 영화제, 아시아 대표 영화제가 됐다. 그 성장 배경은 정부도 부산시도 적극적으로 영화제를 지원하되 철저히 간섭하지 않아 영화제 자체를 영화인에게 맡겨 독립적·자율적으로 운영토록 했기에 영화인들이 가진 저력을 100% 발휘할 수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이후 몇 년간 부산영화제가 '좌파영화제다'라고 해서 영화제 지원을 빌미로 정부와 부산시가 정치적으로 간섭했다"며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계기로는 아예 영화제 자체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국고 지원금이 반토막 나는 상황이 되면서 영화제가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 시민들은 부산영화제가 자부심이며, 이를 통해 부산 여러 대학에 영화학과가 생기고 영화 관련 기관이 부산에 모였다"며 "심지어 부산에서 찍으면 대박 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부산이 영화의 도시가 되고 부산지역 경제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정부의 의지를 믿고 남은 기간이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영화제를 살려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란 간결하면서도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이 말은 국민의 정부 시절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문화계를 향해 던진 화두이자 정책이었다. DJ는 자신의 말을 그대로 실천했다. 간섭 받지 않고, 자기 검열할 필요가 없는 창작자들로 인해 영화·드라마·가요를 중심으로 한류가 태동되기 시작했고, 게임·IT 강국의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당시의 그 말을 다시 소환한 현직 대통령의 약속이 얼마나 힘 있게 이뤄질지 두 눈을 치켜뜨고 지켜볼 일이다. 부산의 온도를 체감한 이들이라면 반쪽짜리 잔치가 돼버린 부산국제영화제가 온전한 영화축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바일 터다. 더욱이 문 대통령이 관람한 ‘미씽, 사라진 여자’는 우리 사회 워킹맘, 이주노동자, 여성 근로자의 차별과 소외의 현실을 담은 작품이라 부국제의 현실과 맞물려 더욱 유의미하게 오버랩된다.

사진출처= JTBC 방송캡처,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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