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전설’ 배우 김보애가 지난 14일, 향년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연예계의 거목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나 대중의 마음을 아리게 만든다. 특히 오랜 세월 특출난 연기력으로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든든하게 지켰던 여배우들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진다. 다시 한 번 그 그리운 얼굴을 떠올려봤다.
 

지난 14일, 1년 간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원로배우 김보애는 1956년 영화 '옥단춘'으로 데뷔한 이후 '고려장'(1963) '부부전쟁'(1964) '종잣돈'(1967) '외출'(1983) 등 여러 작품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과거 ‘한국의 메릴린 먼로’로 불리는 등 서구적인 마스크로 시선을 끌며, 한국 최초의 화장품 모델로까지 발탁된 그였다. 80년대 이후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춘 고인은 활발한 저서 활동을 펼쳤다. 남편 고 김진규와의 기억을 담은 에세이 ‘내 운명 김진규’를 비롯한 다수의 저작을 남겼고, 2003년에는 월간 '민족21'의 회장 겸 공동발행인을 맡는 등 문화예술 분야 남북교류 사업에도 앞장서왔다.
 

지난 4월9일, 66세의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중견 연기파 김영애는 청춘시절엔 도자기 같이 섬세한 마스크와 물기 어린 낭랑한 목소리로 멜로드라마와 영화의 여주인공을 독식했다. 중년 이후 그는 애틋한 모성과 극단에 선 피도 눈물도 없이 싸늘한 재벌총수, ‘여사님’ 역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2011년 MBC 드라마 ‘로열패밀리’에서 재벌가 총수 공순호 역을 연기했을 당시 며느리(염정아)를 향해 “이거 치워버려”라고 했던 명대사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김영애의 서늘한 카리스마와 절제된 연기는 독보적이었다.
 

개성파 여배우 김지영(본명 김효식)은 지난 2월19일 향년 7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2년간 폐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연기 활동을 이어왔으나 급성 폐렴으로 결국 숨을 거뒀다. 1960년 영화 '상속자'로 데뷔한 고인은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전국 팔도 사투리 구사와 감칠맛 나는 감초 연기로 개성 강한 엄마, 할머니 역을 다수 맡았다. 최근에도 영화 ‘서부전선’ ‘스파이’, 드라마 ‘앵그리맘’ ‘트라이앵글’ ‘식샤를 합시다2’ ‘여자를 울려’ ‘판타스틱’ 등에 출연하며 끝까지 배우로서 웃음과 감동을 실어 날랐다.
 

‘영원한 공주’ 김자옥은 63세이던 2014년 11월16일 폐암에 따른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1970년 MBC 공채탤런트 2기로 데뷔한 김자옥은 70년대 안방극장 드라마 여주인공으로 맹활약했다. 지적인 분위기와 야무진 대사처리, 풍부한 감수성으로 김수현 작가의 페르소나로 군림했으며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최고 인기를 누렸다. 중년에 접어든 이후엔 이지적이거나 철없고 푼수기 넘치는 엄마, 시어머니 역을 맡으며 진폭 넓은 연기력을 과시했다.
 

고 여운계는 69세이던 2009년 5월22일 폐암으로 대중 곁을 떠났다. 고대 국문과 재학 시절 연극배우로 데뷔한 뒤 1962년 KBS 공채 탤런트 2기, 64년 TBC 공채 탤런트 1기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MBC ‘대장금’과 SBS ‘청춘의 덫’에서 여운계표 연기의 정수를 보여줬다. 일찍이 중년 역에 빈번하게 캐스팅될 만큼 연기의 깊이와 넓이를 갖춘 그는 강부자 김용림 사미자와 함께 안방극장 안주인 진용을 구축했다. 기품이 있는 역할부터 서민적이고 푸근한 엄마이자 할머니의 얼굴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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