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펙터’(2015)의 오프닝 시퀀스를 장식하며 전 세계 영화팬들을 매료시켰던 ‘죽은 자들의 날’ 퍼레이드.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이 날에는 죽은 자들이 이승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머문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최근엔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Coco)’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10월31일부터 11월2일까지 사람들은 집 안에 특별한 제단을 꾸며 죽은 자들을 위한 선물을 올려놓고, 무덤을 찾아가 꽃과 선물로 화려하게 장식하며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들인다. 이 시기에는 수많은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해골은 ‘죽은 자들의 날’ 트레이드마크로, 축제 참여자들은 얼굴에 해골 그림을 그리거나 해골 코스튬을 즐겨 입는다. 프리다 칼로나 카트리나의 의상도 인기다. 음식으로는 ‘죽은 자의 빵(pan de muerto)’으로 불리는 빵과 초콜릿 음료가 대표적이며, 설탕으로 만든 색색의 해골 과자를 만들기도 한다.

 

 

멕시코시티에서는 중심가를 따라 대규모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거대한 해골 모형이 하늘을 떠다니고 퍼레이드용 무대차가 줄을 짓는다. 해골 분장에 전통 예복을 갖춰 입은 댄서들의 화려한 춤사위도 함께한다. 퍼레이드가 절정에 달하는 소칼로 광장에는 성대한 제단이 준비된다.

리비에라 마야와 스칼렛 테마파크에서는 ‘삶과 죽음(Vida y Muerte) 축제’가 11월1~2일 열린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죽음을 숭배하던 마야인들의 관습과 의식을 본뜬 것으로, 고대 마야문명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올해의 특별 게스트로는 유카탄 주가 초청받아 최고의 미식 문화가 더해졌다.

 

 

오아하카 주에서는 특별한 모래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죽은 자들의 날’에 사람들은 시내 곳곳에 모래 그림을 그리는데 색칠한 톱밥과 분필, 반짝이로 꾸며 매우 화려하다. 제단 꾸미기에도 무척 열심이라 학교나 병원, 관공서 등지에서 화려하게 장식한 제단을 구경할 수 있다. 미초아칸 주 파츠쿠아로 호수의 작은 섬 하니치오 인근 푸레페차족은 11월1일 해가 진 이후부터 다음날 태양이 뜨기까지 묘지에서 밤새도록 초를 밝히며 죽은 자를 맞이한다.

멕시코 중부의 아름다운 콜로니얼 도시 산 미겔 데 아옌데에 11월1~5일 ‘라 칼라카(La Calaca·해골)’ 축제가 열린다. 해골 부인 카트리나 행진이 대표적인다. 카트리나는 멕시코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과달루페 포사다의 작품의 메인 캐릭터로 귀부인 복장을 한 해골의 모습이 인상적이며 ‘죽은 자들의 날’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주민과 관광객 구분 없이 누구나 행진에 참여할 수 있다. 분장에 서툴더라도 30여 명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도와주기 때문에 멋진 해골 분장을 완성할 수 있다.

 

 

또 다른 볼거리는 ‘죽음의 피라미드(Pyramid of the Dead)’다. 토마스 벌키를 필두로 여러 예술가들이 5층짜리 피라미드를 제작하는데, 피라미드를 구성하는 작은 벽감에는 죽은 자들을 기리는 그림을 새긴다. 이외 밤새 열리는 DJ파티, 죽음에 대한 강연, 연극, 워크숍, 공공 제단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사진= 영화 '007 스펙터' 스틸컷, 멕시코관광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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