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동안 여행도 밀린 잠도 미드시청도 좋지만 '독서'를 목표삼아도 좋을 테다. 지향없이 무작위로 쓰윽 골라본 다섯권을 추천한다. 물론 지금 아니라 언제 읽어도 좋을 책이다. 

 

 

1. 슬픔이 없는 십오초(심보선, 문학과지성사) 

가까이 두고 손에 잡힐 때마다 때 읽곤 했다. 이미 여러 차례 반복해서 어떤 시는 외울 지경이다. 작품을 읽다가 작가의 사생활이 궁금해지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이런 시를 쓰는 남자라면 만나보고 싶다. 문학이니 예술이니 같은 얘기를 하지 않고 맛집이나 3D영화라던가 미래의 집 같은 얘기를 하면서 해바라기해도 좋겠다. 

2. 행복한 책읽기(김현, 문학과지성사)

대학교 때 처음 접한 이 책은 독서라는 행위가 얼마나 숭고한 것인지 알게 해줬다. 일상적인 독서일기 형식인데 내용이 깊고 오묘해서 어린 마음에 책장 넘길 때도 찢어질까봐 조심조심 넘겨 읽었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집필한 고인의 유작이기도 한데, 감히 말하자면 책의 함량은 차마 잴 수도 없다. 

3. 소설가의 각오(마루야마 겐지, 문학동네)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들은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가 어려울 만큼 매력있다. 거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다. 이 산문집은 그다지 친절하지는 않은, 웃음에 인색한 일본의 노신사가 떠오른다. 자신의 안에 무엇으로 튀어오를 지 모를 도깨비방망이가 있다는 믿음과, 발 밑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성찰, 그가 밝히는 작가의 각오다. 

4. 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목수정, 레디앙)

파리에서 만난 한 예술가와 사랑에 빠져 그의 아이를 낳고 (이 책을 쓸 당시만 해도) 반은 프랑스에서 반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 한국정치에 대한 예리한 칼끝을 숨기지 않은 여자, 문화와 예술, 사랑에 모든 것을 걸 줄 아는 여자라면 어떨까. 여전히 결혼하지 않은 채 파리에서 아이, 아이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절망과 고독이 찾아오면 함께 춤을 추자고 덤빌 여자다. 멋있다. 

5. 고래(천명관, 문학동네)

한국소설을 좋아한다면 권하고 싶다. 구성이 잘 짜여져 있고 스토리가 탄탄한 우리 소설을 만나면 가슴이 뛰는데, '고래'도 그렇다. 재미있게 읽었다. 박민규나 김연수도 좋지만 천명관은 그들과는 다른 리듬감각, 공감각을 가진 것 같다. 얘기보따리를 풀어놓고 그것들을 한데 어우르는데, 읽는 맛이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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