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리얼이 살해당했습니다… 따흐흑!

한 편의 만화 에피소드 같은 이 작품은 테리 보더(52)의 '씨리얼 킬러'다. 연쇄살인범을 뜻하는 'Serial Killer' 대신 발음이 비슷한 'Creal Killer'로 대체, 특유의 기발함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작품을 구상해냈다.

서울 종로구 사비나미술관이 테리 보더(52)의 첫 한국전 '테리보더-먹고, 즐기고, 사랑하라'를 12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일상의 유쾌한 상상을 비주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 이 전시는 빵, 과자, 계란, 과일, 수저, 손톱깎기, 립밤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먹거리고 꾸며진다.

 

사진가이자 메이커 아티스트 테리 보더는 주로 철사를 이용해 음식과 사물에 팔다리를 붙여 인격화된 캐릭터를 창조하며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음식 혹은 사물 등의 익숙한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가지 요소도 기발한 발상으로 연결하며 인생의 지혜를 발견케 한다.

테리 보더 예술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벤트 아트(bent*구부러진 뜻을 지닌 단어)다. 이미 예술업계에선 기존 사물에 생명력을 부여해 의인화하는 기법은 많이 사용돼 왔지만, 사물의 특징을 파악한 후 철사를 접고 구부려 인격화된 캐릭터를 창조하는 벤트 아트 기법은 오직 테리 보더만이 구사할 수 있는 참신하고 독창적인 기법이다. 이러한 기법을 활용해, 마치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처럼 사물의 은밀한 세상을 엿보는 듯한 동화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비주얼 스토리텔링&블랙유머

테리 보더는 시각적 이미지를 사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자신의 경험담, 사물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한 편의 상황 극처럼 연출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으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 블랙유머까지 가미, 삶의 부조리를 고발하거나 인간 존재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하는 게 그의 작품이 지닌 매력이다.

유명 미국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가 말했듯, "울 수 없으니까 웃기는" 블랙유머의 진가를 제대로 확인케 하는 셈이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유쾌하고 재치 있게 비틀어 비극성을 더욱 강조하는 테리표 블랙유머가 감상자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지혜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테다.

 

 

또한 이번 전시는 테리 보더의 대표적인 사진 작품뿐만 아니라 입체작품, 애니메이션과 메이킹 영상까지 테리 보더의 예술세계를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작가의 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의 이야기를 사물에 빗대어 보면서, 관객은 먹고(eat), 즐기고(play), 사랑하는(love) 우리의 일상에 소소한 감사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사진 = 사비나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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