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과 이동휘의 형제 케미가 코미디로 터졌다. 영화 '부라더'는 가보도 팔아 먹는 형 석봉(마동석)과 집안도 팔아먹는 동생 주봉(이동휘)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3년 만에 보수적인 안동 이씨 본가로 소환돼 가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오로라(이하늬)를 사고로 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라더'는 2008년 초연돼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스테디셀러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 뮤지컬의 각본과 음악감독 담당했던 장유정 감독이 영화의 연출은 물론 각본까지 참여해 원작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이 영화를 가장 힘차게 끌고 가는 이두마차는 마동석과 이동휘다. 먼저, 마동석이 연기한 형 석봉은 학원에서 한국사 강사로 일하고 있으나 탐사대장으로 유물을 발굴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현실감 제로의 허황된 꿈을 꾼 결과 그에게 남은 것은 빚과 쓸모없어진 애물단지 장비들뿐이다. 그럼에도 석봉은 언제나 '한 방'으로 인생 역전을 노린다.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3년 만에 집에 내려가던 중 집안 어딘가에 100억 가치의 금불상이 묻혀 있다는 오로라의 말을 듣게 되고, 그 후 오로지 유물에만 집중한다. 차종손이 장례는 치르는 둥 마는 둥 하니 집안 어른들이 곱게 볼 리 없다.

 

 

한편 이동휘가 맡은 주봉은 우락부락한 생김새의 형과 달리 말쑥한 정장 차림의 회사원이다. 명석한 두뇌를 타고나 잘 나가는 건설 회사에 다니지만 순간의 실수로 실직 위기에 처한다. 안동에 길을 뚫을 수 있도록 어른들에게 동의서만 얻으면 구사일생할 수 있으나, 영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신비로운 여인 오로라의 도움으로 꿈에 그리던 독일 지사장 자리까지 꿰찰 희망을 품는다.

형 석봉은 어려서부터 차종손으로 대접받으며 자랐지만 종가 문화가 부담스럽고, 동생 주봉은 사고뭉치 형 때문에 되는 일이 없다. 두 사람은 각자 개인적인 이권 때문에 고향 안동에서 재회하고 또 그 이권 때문에 갈등을 빚는다. 꿈이 고아였다는 석봉과 꿈이 형이었다는 주봉의 관계는 좀처럼 개선되질 않는다.

비주얼부터 상극인 석봉·주봉 형제는 붙어 있기만 해도 티격태격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마동석은 거친 외모와 소심한 성격의 아이러니한 조합을 이용해 장면을 맛깔스럽게 살린다. 애드리브의 천재로 불리는 이동휘 역시 장기인 능청스러운 연기를 한껏 펼친다.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마다 실제 대화 같은 깨알 웃음 포인트가 넘쳐 난다.

 

 

여기에 이하늬의 오로라가 미스터리를 더한다. 그는 한겨울 달밤에 시폰 원피스를 입고 그네를 타며 높은 목소리로 웃는 등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인다. 등장할 때마다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가득 풍기는 오로라의 정체는 반전 요소기도 하지만, 추리가 그리 어렵지는 않다. 한편 영화는 오로라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화해와 감동의 분위기로 넘어간다. 이는 가족을 소재로 한 한국의 여타 코미디 영화의 전형적인 흐름과 동일해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유쾌함과 캐릭터가 가진 색채는 마지막까지 힘을 잃지 않는다.

극단적인 가부장제와, 그 아래 착취당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웃음으로 끌어낸 점 역시 인상 깊다. 특히 종부가 되기 싫어 노심초사하는 미봉 처, 송상은의 매력이 톡톡 튄다. 21세기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문중 어른들의 고리타분함은 존재 자체로 희극적이어서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오만석, 서예지, 지창욱 등 여러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도 관객들에게 반갑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된다. 러닝 타임 102분. 12세 이상 관람가. 11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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